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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 우리나라 식품사의 권위자이자 고조리서 연구가인 이성우 교수는 이 책에 대하 여 “아시아에서 여성에 의해 쓰여진 가장 오래된 조리책으로, 세계 음식문 화사에 특별한 의의가 있다”고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였다. 그 만큼 이 책은 옛 날과 오 늘의 식문화를 비교 ․ 연구하는데 소중한 자료이며, 거의 사라져 버린 옛 조리법 을 발굴할 수 있는 지침서로서도 그 가치가 대단히 크다. 【음식디미방의 특징】 §밥과 죽의 조리법이 없다. 콩죽, 흰죽, 율무죽 등의 이름은 등장하지만 주 된 조리법으로서가 아닌, 다른 음식을 만들 때 필요한 재료로 쓰인다. 밥과 죽 의 조리법은 너무 쉽고 일상적인 것이어서 별도의 항목을 두지 않은 것으로 추 정 되며, 『음식디미방』이 평상시 즐겨먹는 요리법에 대한 것이 아니라, 특별 한 날을 위한 음식을 만들기 위해 작성된 것이라 가늠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 §국수를 만드는 데 주로 메밀가루와 녹두가루가 쓰이고 밀가루는 대부분 소 량 의 부재료로 쓰이고 있다. 당시에 국수는 귀한 음식이었다. 제사상에 국수 는 앞 쪽 가운데 놓였으며 잔치 등의 큰 경사 때 접대용으로 만든 음식이었던 것 이다. 흔히 혼인을 언제 하느냐는 뜻으로 “국수 언제 먹여 줄거야?”라고 묻 는 말은 과거의 이런 전통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고추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 책의 조리법에서 양념으로 쓰이는 식물 재료 는 천초, 후추, 마늘, 파가 주로 등장한다. 고추는 임진왜란 때 조선에 들어왔 는 데 그 이전에는 향신료로 ‘호초’와 ‘천초’가 쓰였던 것이다. 매운 맛은 천초 와 후추, 겨자를 많이 썼고 마늘보다 생강을 더 많이 사용했다. §육류 조리법이다. 소의 위를 재료로 한 요리가 있으며, 개고기 조리법이 다 양 하다. 이에 반해 현재는 즐겨먹는 돼지고기 조리법은 소락한 편이다. 또한 곰 발바닥 조리법이 등장하는 점을 볼 때, 당시에도 곰 발바닥을 먹은 것으로 보 인다. §전체 146개 항목 중 술에 관한 항목이 51개나 된다는 점이다. 양조법이 이 렇 게 많은 것은 여성의 주임무였던 봉제사(奉祭祀)와 접빈객(接賓客)에 술이 매 우 요긴한 존재이기 때문이라 추측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