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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 【실천을 강조하는 교육】 장씨 부인은 배우면 배운 그대로 실천하려고 노력했던 사람이었다. 그녀 는 평 소 “책은 책대로 읽고, 사람은 사람대로구나”라며 앎과 삶이 따로 노는 세태를 탄식하였다. 그녀가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선하게 사는 것이었다. 그녀는 늘 아들들에게 이렇게 가르쳤다고 한다. “착한 일은 사람들이 바라는 거란다. 저 어린아이들조차 자기네들을 가리키며 착 하다고 하면 기뻐하고 착하지 않다고 하면 성을 내지. 왜냐하면 선이란 사람의 마음에 합 하는 것 이기 때문이야. 내가 성현의 말씀을 가르치지 않느냐? 그런데 만약 성인이 보통 사람이 아니어서 평범한 삶을 넘어서는 뛰어난 일을 한다면 그건 따라 할 수 없을 게다 . 하지만 성인은 생김새나 말씀이 평범한 사람과 같고 또 그분들이 하시는 일이 모두 우리 들이 날 마다 해야 마땅한 일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걱정할 건 그분들을 따르지 못하는 거 지. 배우 자고 마음먹는다면 무슨 어려움이 있겠느냐?” 과거 준비를 위한 경전 공부는 그녀의 교육적 관심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녀 는 유교적 가르침의 본질을 찾아 실천하려는 태도를 지녔으며, 이러한 태 도는 훗 날 그녀의 자손들이 영남학파를 대표하는 살림처사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배운 것을 실천하고 성인의 가르침을 그대로 좇기를 원했던 그녀는 남편 에게도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남편은 병자호란 후 세상을 피해 은둔을 택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니 장씨 부인은 “당신은 이미 세상에서 숨어 생활하시니 아들 손자들 에게 시와 예를 가르치셔야 마땅하지 않은가요? 왜 세월을 그냥 보내시나 요?”라 고 충고하였다. 부인의 이런 충고는 남편 이시명이 후학들을 기르게 되는 결정적 인 계기로 작용하였다. 은둔한 남편의 삶의 물꼬를 바로잡아준 셈이다. 병 자호란 은 남편만이 아니라 그녀에게도 치욕으로 깊이 각인되었던 것 같다. 비록 자신이 시집오기 전에 지녔던 지적인 능력을 깊이 감추고 지냈으나, 그녀의 모든 관심사 가 가정 안에만 국한되지는 않았다.. 이현일은 그녀의 이런 성향을 놓고 “어머니 는 호방하고 맑은 기운을 기르셨고 사심 없는 지식과 멀리 내다보는 도량 을 가지 셨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4) 출처 : 조혜란(2004), 「일상의 삶을 역사로 만든 여인 안동 장씨」, 『조선의 여성들 』, 돌베개, pp.121~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