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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 一 . 장계향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일화 【자애로운 성품, 조용한 카리스마】 안동 장씨의 젊은 시절 일화라고 한다. 어느 날 안동 장씨가 베를 짜고 있 는데, 어린 계집종의 실수로 짜고 있던 천에 불이 붙었다. 앗, 마님! 불이 붙 었어요! 그 계집종은 놀라고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 사이 불은 더 번 져 짜던 천의반 이상이 타들어갔다. 베 짜는 일의 중요함과 그 수고로움을 너무나 도 잘 알고 있었기에 계집종은 불호령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각오 했던 야 단이나 성난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마님은 평상시 낯빛 그대로 짜다 만 베에 번지고 있는 불을 끄더니 조용히 뒷정리를 하 시는 것 이 아닌가. 황공하기 그지 없었다. 저도 옆에서 거드는 시늉을 하면서, 베 틀에서 타다 만 베를 내리고 타버린 부분을 갈무리하는 일을 도우며, 주인마님의 눈치를 봤다. 주인마님은 여전히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끝내 조금도 꾸짖 거나 화 내는 기색이 없어 그저 괜찮다라고만 하셨다. 계집종은 한마디도 못한 채 그 저 황공할 뿐이었고,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장씨 부 인의 아 량에 감복했다고 한다. 안동장씨의 성품을 알게 해주는 또 하나의 일화가 있다. 그녀는 어린 여 종들을 자기 딸처럼 여기고 병이 나면 반드시 음식을 만들어주고 보살폈다. 그리 고 어 디가 아프냐? 불편한 것은 없느냐라고 하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종들을 가르칠 때도 절대로 언성을 높이는 일이 없었다. 허물이 있거나 잘못을 저질렀을 때도 그냥 조용조용히 타이를 뿐이었다. 그래도 종들이 그녀의 가르침을 잘 따랐다고 한다. 신분제 사회에서 종이란 인격으로 대우받지 못하던 존재였다. 그런 종들이 잘못했을 때에도 조용히 타일러 가르치는 안동 장 씨를 보 고, 주변 다른집의 종들이 장씨 마님 밑에서 종살이하고 싶다라고 하 며 부러 워했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안동 장씨는 온유한 가운데 조용한 카 리스마 를 지니고 있던 여성이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