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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女行길 병든 남편의 쾌유를 빌고자 머리카락과 삼을 엮어 미투리를 만들고, 남편을 향한 절절한 그리움을 편지로 남겨 시·공을 초월한 숭고한 ‘사랑’의 의미를 오늘에 되살려 준 ‘조선판 사랑과 영혼’의 주인공 원이엄마. 임란과 호란이라는 난리에 정치적 혼란까지 겹쳐진 불우한 시대에 태어나 교육가요, 인격가요, 학문가이자 예술가로서 진취적 삶을 살았던 여중군자 장계향. 이들은 유교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가부장제 사회인 조선시대를 살았던 인물이다. 엄격한 내외법으로 남녀를 구분짓고, 여성에게 학문과 관직 진출을 허용하지 않았던 시대에 태어나 현실에 닻을 내리면서도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과 사랑을 이끌었던 여성들이다. 그리하여 일상을 역사로 만든 이들이다. 일상, 역사와 만나다!, 여성, 역사를 만들다! 여중군자(女中君子) 장계향과 ‘애절한 사부곡(思夫曲)’을 남긴 원이엄마 조선시대 전체에 걸쳐 여성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은 아니다. 초기만 해도 여성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남성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고, 제사와 재산 상속에서도 남녀 차별없이 균등하게 이루어졌다. 신부집에서 결혼식 을 치렀으며, 자식을 낳아 가정을 이룰 때까지 친정살이를 하는 경우도 많 았다. 오늘날 남존여비로 회자되는 철저한 남성중심적 가부장제는 17세기 이후 성리학의 지배이념이 공고화되면서 부터라고 보는 것이 통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