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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들에게 듣는 논산의 근․현대사 이야기 / 75 길을 자세히 들은 후 곧바로 집을 나서 가야곡면 조정리에 사는 집안 동생인 길호를 찾아갔다. 길호가 나보다는 그 길을 더 잘 알 것 같아 함께 가 줄 것을 요구하니 기꺼이 동행해 줬다. 길호는 당시 연산중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그 쪽 방면의 길은 나보 다 익숙하여 길을 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마을마다 치안대들이 낯선 사람들을 검문 하는 지라 그 것이 어렵고 불안하며 걱정스러웠다. 그날따라 달이 밝아서 길가기에도 좋았고 마을의 치안대들의 움직임도 미리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천행으로 샛길 등을 이용하여 마을들을 지나는데 치안대와 직접 대 면되지 않고 5개 마을을 지나 황룡재53) 에 당도 하였다. 여기부터는 한밤중에 큰길로 약 1.5km쯤 편히 내려가서 벌곡면소재지 직전에서 다시 산속 길을 통하여 대목골을 찾아가는데 다행이도 6~7 가구의 산간마을 2곳을 무사히 지났다. 드디어 외종조부님 댁에 당도 하여 삽짝 문을 열며 “아주머니!” 하며 두어번 부르니 아주머니와 당숙 그리고 아버지께서 동시에 방문을 열 고 나오신다.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는지 모른다. 인사를 드리고 잠시 아버지께서 물으시는 말씀에 대답을 드리든 중, 아주머니께서 시장할텐데 요기부터 하라며 밥상을 들여오신다. 먼 길을 와서 시장기도 있고 하여 함께 간 길호와 둘이서 밥을 먹는 데 밥보다 도토리묵이 맛이 좋아 도토리묵을 한 사발 더 먹게 되었다. 53) 황룡재 : 연산에서 벌곡으로 넘어가는 산 고개 누르기재라고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