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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 논산의 어제이야기 무더운 여름에 고생만 한 꼴이 되었다. 이렇게 되어 인민군이 후퇴하게 되자 그동안 잡아다 놓았던 우익인 사들을 어찌 할 수 없으니 우리 동네 앞산 넘어 불탄가락골46) 이라는 골짜기가 있는데 그리로 데리고 와서 학살을 했다. 동네 사람이 그 골짜기에서 총소리가 나서 이틑날 가보니 70여명이 죽어 있었다고 한다. 현재 가야곡면 조정리 조정서원이 있는 곳에 당시 목씨 성을 가진 사 람이 거기에 뗏집 47) 을 짖고 살았었는데 그 70여명 학살 현장에서 한사 람이 살아서 그 목씨 집으로 기어와 구원을 요청하여 구해 줬는데 광석 쪽 사람들 이라고 들었다고 한다. 이 목씨 집이 있던 곳은 불탄가락골의 입구 쪽에 있었다. 1.4후퇴 때 나는 국민방위군에 소집되어 집에서 쌀 2말과 이불하나 를 짊어지고 처음 대전으로 갔었다. 내가 떠나던 날이 음력 12월 3일 이었다. 대전에 방위군 10사단 본부가 있어 그리로 가기 위해서였다. 대전에서의 첫날은 일행 중의 친척집에서 자고 대구를 향하여 내려 가는데 제대로 된 부대 편성도 없고 먹을 것이나 잠자는 것도 각자 알 아서 해결하며 대구를 향하여 걸어가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여 우리 일행은 왜관에서 낙동강을 건너게 되었는데 당시 다리는 이미 끊어진 상태였고 한겨울이라 강이 얼어 얼음 위를 걸어서 건넜다. 46) 불탄가락골 : 논산시 가야곡면 산노리 앞 산 넘어의 골짜기로 6.25때 많은 사람들이 처형되어 1960년대 사방사업시에도 유골이 발견되곤 하던 곳. 47) 뗏집 : 먹고살기 힘들던 시절 집을 지을 자재와 돈이 없는 사람들이 잔디를 얇은 벽 돌처럼 떼낸 것을 “떼” 또는 “뗏장” 이라고 하는데 이 떼로 벽을 쌓아서 움 막을 짓고 살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