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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들에게 듣는 논산의 근․현대사 이야기 / 57 라고 하고 그 때 까지 내가 모은 종이를 전부 내놨다. 그런데 얼마쯤 시일이 지났을 때 그동안 내가 모았던 종이는 다 바닥이 나버렸다. 내 것이 아니고 공동물건이다 보니 아무도 아끼지 않고 가져다 써서 여유로 쌓이는 종이가 없었을 뿐 아니라 이미 모아 놓은 것도 소진 되 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서 나는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모두가 평등하게 잘 살자는 공산사상이 이론상으론 좋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실행되기는 불가능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에게 이익이 있어야 열심히 하게 되고 또 자기 것 이라야 아끼고 절약하여 모으려는 마음이 생긴다는 너무나 평범한 진 리를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선천적으로 건강 체질로 태어나 그런 악조건 하에서 고생도 엄 청 하고 고문도 많이 당했는데 80나이지만 이렇게 건강하다. 석방 후에는 작은 사업을 벌여 그런대로 재산도 모으고 하여 지금은 평범한 중류생활을 하면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