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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들에게 듣는 논산의 근․현대사 이야기 / 53 그런데 나에게 그 간첩으로 들어온 사람을 돌로 쳐서 죽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 짓은 못한다고 완강히 거절하니 당신은 혁명할 사람이 못된 다며 심한 욕설을 하더니 자기들이 밧줄로 묶인 사람을 돌로 쳐서 죽이 는 것이었다. 아~ 정말이지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가 있나? 나는 닭의 목도 하나 제대로 비틀지 못하는 사람이 저런 꼴을 보게 되니 나는 혁 명에는 적합지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대둔산에 숨어든 학생 두 명을 생포 했는데 학생들은 자기들도 지 하에서 좌익운동을 하다 대둔산 까지 숨어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몸을 수색하니 차곡차곡 접은 태극기가 나왔다. 이를 추궁하자 학생들은 국군에게 잡힐 경우를 생각해서 위장으로 가지고 다니는 태극기라 했다. 그러나 우리측 조직원들은 간첩이라며 이들의 윗옷을 벗기고는 등에 칼을 꽂고 피가 철철 흐르는 상태에서 학생들을 끌고 가는 것이었다. 나는 세상에 사람이 저럴 수가 있나! 하며 마음이 쓰라려 밥도 먹지 못할 지경이었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나는 점점 마음이 떠나는 것을 느꼈다. 따라서 자수를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으나 당시는 좌우대립이 극심하 고 특히 우리 마을의 경우 좌우간에 서로 죽이고 죽는 피의 보복이 극 한에 달 했던 때라 나는 밭에 구덩이를 파고 숨어 지내며 동태를 살폈다. 그런데 나와 함께 조직복구 책임을 지고 내려온 이웃면의 사람이 먼 저 자수를 하여 함께 내려온 나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도 전부 신분이 노출되었다. 나는 가까운 친척 중 현역군인이 있었기 때문에 그 사람이 휴가를 오 면 그 사람의 신변보호 하에 자수를 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