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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 논산의 어제이야기 그리구 서울에 장안 부자 이씨가 계셨는데 그분이 시할아버지와 아주 가깝게 지내셔서 집안에 무슨 일 있으면 시할아버지를 꼭 초대 하고 해 서 다녀오시곤 하셨어요. 그분이 단성사 극장 인수 하자고 하는데 애들 공부 하는데 지장 있다구 안하셨대요. 또 시할아버지께서 천세력(千歲歷) 공부 하실 때 밤에 잠을 한잠도 안주무시고 그걸 연구 하셔요. 그러면 낮에 막걸리를 한 병씩 받아다가 그물에다 넣어서 밑에 돌멩 이를 달아서 여기 샘물에다 당궈요. 그땐 냉장고가 없으니까... 여기 집 앞에 우리 샘을 동네 사람들이 다 함께 썼는데 술병이 담가 있으면 동네 여자들이 조심을 하지요. 그래 밤이면 그거 막걸리 한잔 씩 잡수시고 그렇게 골똘이 공부를 하 셔요. 그적이 제가 이제 황율(黃栗)을 갈아서 황율 죽도 쒀드리고, 인삼 죽도 쒀드리고... 했어요. 그런데 이 어른께서 일제 때 만주로 떠나시려고 하셨었어요. 그래 재산도 전부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다 말씀 하셨는데 몇일을 생각 하시고는 도저히 내가 떠나면 안 되겠다, 내가 떠나면 조상님의 사당과 유물 그리고 이 집을 어찌 할 것인가? 하시며 그냥 계시게 됐어요. 참 우리 시할아버지는 인물도 훌륭하셨고 학문도 높으셨어요. 저기 병사33)에서 종중원들 다 모일 때도 시할아버지께서 가셔서 강 연 하시면 아무도 거기 대해 이의 하는 분이 한분도 없었대요. 33) 병사(丙舍): 논산시 노성면 병사리 파평윤씨 노종파 종중 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