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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6 / 논산의 어제이야기 보고 싶어서 내가 일부러 가서 본적이 있어요. 사실 나 같은 여자 애들은 거기서 오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꼭 참례 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도 그렇게 가서 제사 모시는 모습을 보고자 해서 가서 보곤 했어요. 지금 와서 가만히 생각 해 보면 내가 이렇게 종부가 될라구 그 때 부 텀 그랬던 게 아닌가 하구 생각해요 하 하 하... 다 이게 팔자구나 그런 생각이 든 다구요. 여기 시집 와서는 시 할머니께서 계셔서 제사 음식 마련하는 것이라든 지 종가의 종부로서 갖추어야 될 예의범절 등에 대해서는 주로 시 할머 니로부터 배웠어요. 제사에서 친정과 크게 다른 것은 친정에서는 과일 줄을 조율시이 13)로 진설 하는데 여기는 홍동백서로14) 하는 것과 고위 와 비위를 합설 할 때 메와 갱을 메메 갱갱으로 15) 진설 하는 것이 첨에 는 낯설었지만 시할머니께서 가르쳐 주시는 대로 배워서 크게 어렵지 않게 익힐 수 있었어요. 시 할머니는 참 인자 하시고 자상 하신 분이었습니다. 제가 그 어른의 만분지일도 은혜를 못 갚았어요. 을유년(1945)에 해방이 됐는데 그 해 첫 딸을 낳았어요. 그래 그 애가 해방둥이여요. 13) 조율시이(棗栗柿梨): 제사 모시는 사람이 앞에서 제상을 바라보았을 때 왼쪽부터 대추 밤 감 배...순으로 놓는 진설 법 14) 홍동백서(紅東白西): 불은색이 나는 대추, 감, 사과 등은 오른쪽에, 흰색이 나는 밤, 배, 잣 등은 왼쪽에 놓는 진설 법 15) 메메갱갱 : 살아있는 사람은 오른 쪽에 국 왼쪽에 밥을 놓고 먹는데 제사는 산 사람 과 반대로 신위의 오른 쪽에 밥(메)을 왼쪽에 국(갱)을 놓는다. 내외분을 합설 할 때도 보통은 1인 분 씩 따로 밥-국, 밥-국으로 차리는데 사계, 신 독재 선생 종가 등에서는 합설 시 밥-밥, 국-국으로 진설 한다. 즉 밥은 밥대로 신위의 오른쪽에 차리고, 국은 국대로 왼쪽에 차리는 것이 특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