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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들에게 듣는 논산의 근․현대사 이야기 / 15 전국에서 밀려온 피난민들로 가는데 마다 발 디딜 틈도 없었는데 거 기다 장마철이라 비까지 내렸다. 비만 내리지 않으면 한데서라도 잘 수 있었지만 비가 와서 어쩔 수없 이 어느 집으로 들어가 마루에서 자게 해 달라고 사람을 찾는데 방안에 서 논산의 안승호 목사가 나의 목소리를 알아듣고는 “아니 김 속장 7) 아니요? 이리 들어오시오 여기서 우리와 같이 잡시다. 하며 방으로 들어오라고 하였다. 그런데 이보다 앞서 피난길에서 논산의 박우의 목사를 만나 일행이 넷이 됐었다. 그래서 “안승우 목사님 여기 박우의 목사님도 계십니다.”하니, 아이 이리 같이 들어오시라고 해서 거기서 함께 지내게 됐다. 그리고 여름이니 입은 옷을 대충 세탁해서 쥐어짜서 널어 말려 입었다. 이렇게 며칠을 지났는데 하루는 새벽 일찍 옆방에 있는 구례 국민회 의 회장을 그 딸이 와서 급히 찾으며 인민군이 구례를 점령하고 낙동강 쪽으로 계속 침범해 오니 빨리 여기를 떠나야 하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듣고 우리 일행도 급히 밖으로 나왔더니 벌써 길에는 피난 가는 사람들로 빽빽했다. 우리도 길을 나서 진영을 거쳐 진주로 갔다. 진주에 가니 부산에서는 공무원들 월급을 준다고 했다. 부산이 지척인데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생선 배를 얻어 타고 부산으로 향했다. 그런데 어느 모롱이를 돌아가니 날이 밝아야 하선하지 지금은 하선 7) 속장(屬長): 김영한은 개신교 신자인데 감리교회에서 행정조직의 반(班)과 비슷한 조직 으로 교인들을 구성하는 기초 단위로 그 속(屬)을 맡아서 속회를 인도하는 책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