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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 논산의 어제이야기 피난길에도 가면서 방송을 들으니 전황은 계속 불리하게 돌아가 남 쪽의 도시들이 거론되면서 어디어디가 떨어졌느니5) 하는 것들 이었다. 우리는 계속 남하하여 순천까지 갔는데 여기서도 안심이 되지 않아 여수로 갔다. 그러나 여수 사람들도 여수도 안전한 곳은 아니다 살려면 낙동강을 건너야 되고 여수도 이미 북한 세력이 침투해 있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상태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여기서 당시 논산의 국회의원 윤담(尹潭)씨와 그 비 서인 아들을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당신들이 일본으로 피난하게 되면 우리도 함께 데리 고 가 달라고 부탁 했으나. 부산 쪽으로 가는 배를 타는데 국회의원과 비서관 밖에는 탈 수 없다 고 하여 우리는 따로 떨어져 어렵사리 다른 생선 배를 타고 하동으로 가게 됐다. 그런데 거기서는 도민증 6)이 없으면 통행을 못하게 했다. 6.25 전 우리 지역에서는 거의 필요 없던 것 이었는데 여기선 공비의 출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면서 엄격히 통행을 제한 하여 하는 수 없이 이곳에서 피난민 증을 발급받았다. 생선배로 하동으로 들어 갈 때도 공비침투 대비라며 모든 사람들을 배에서 내리지 못하게 하였는데 우리 일행은 공무원이라고 신분을 밝 히니 예외로 하선을 시켜줘서 무릎까지 물에 빠지는 상태에서 하선하 여 뭍으로 올라왔다. 5) 떨어지다: 여기서는 적군에 점령당하는 것을 뜻함. 6) 도민증: 1968년 10월 현재의 주민등록증 제도가 생기기 이전 신청자에게만 도지사가 발급했던 신분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