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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평화로우면 뜻을 펴서 그 업적에 힘을 보내고 어러럽거나 위태로우면 분연히 일어서서 그 수습에 신명을 바친다. 국가의 흥망이 있고 민족에게는 성쇠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이 땅 합천 고을사람들은 역사의 고비마다 약선간의(藥善奸義)하는 미석으로 내나라 내겨레 내고장을 온몸으로 가꾸고 다듬으며 지켜왔다. 그 중에도 고을안 남녀노소 모든 사람들이 한덩어리가 되어 섬나라 오랑캐의 강압에 항거한 임진왜란은 피눈물로 되새겨지는 민족의 수난이 아닐 수 없다. 임진, 정유 7년전쟁이라고도 하는 이 사상 미증유(未曾有)의 전쟁은 조선왕조 선조25년(1592) 4월 13일 왜군이 부산포에 상륙하면서 시작되었다. 14일 부산진성에 이어 이틀날 동래성을 함락시킨 적군은 마치 질풍처럼 드센 기세로 이 나라 강산을 짓밟으면서 북상했지만 우리의 관군은가랑잎마냥 맥없이 패주만 거듭했다. 100여년동안 군웅할거(群雄割據)하는 전국시대를 거치면서 왜인들은 살상의 전쟁에 단련된 집단전술과 신무기인 조총으로 무장하고 모두 9개 군단으로 나뉜 15만9천명이 이땅에 상륙하고 수군과 후방 예비병력까지 약30만5천명에 이르는 공전의 대병력이 총동원되었다. 이에 비해 우리는 태평년월을 구가하고 부국강병을 소흘히 하여 전쟁태세를 전혀 갖추지못한 형편이었다. 관군이 무너지자 민중이 일어섰다. 선비는 붓을 던지고 백성은 낫과 호미로 창과 칼을 만들어 싸움터로 달려갔다. 이것이 의병이다. 의병은 온나라 안에서 합천이 가장먼저 규모를 갖춰 일어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