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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행자가…사람이었어?” 그 마당에 있던 아동부 담당 동기들의 귀에는‘우리가 지금 동굴 속에 있나’라는 착각이들만큼그말이메아리쳤던것같다. “행자가사람이름이었어?” “행자가사람이름이었어?” “행자가사람이름이었어?” 그 말이 들리고 정확히 1초 만에 행자는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평소에 이름이 행주 같다며 놀림을 받아 상처받았던 순수하고 티 없이 착한 아이였기 에 믿었던 서울에서 온 대학생 오빠에게서 들은“행자가 사람 이름이었어?”라는 말이 더없이큰충격과절망으로다가갔을것이다. 희진이는 다리에 힘이 풀린 10살 행자를 다독였다. 하지만 어떤 말로 다독이는 게 좋은지는 몰랐고 그저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는 행자의 등을 쓰다듬으며“원식아, 너 왜 그러니?”라고 쏘아보는 게 전부였다. 쐐기는 이때 박아졌다. 멋쩍은 듯 웃음을 흘리던나는손을휘휘휘저으며 (희진이에게보이게한건지행자에게한건지는확실치않 다)제법다급한어투로자기변호의말을던졌다. “아냐, 아냐, 난정말행자가사람이름일줄몰랐단말야. 개이름인줄알았지”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할 말을 잃었고, 흐느끼던 행자가 짧은 치마를 입은 것도 잊 은채흙바닥에두다리를오리배노젖듯이저어가며대성통곡하기시작했다. 희진이가 도망치는 나를 쫓아가서 등짝 스매싱에 성공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 만, 이후 방송국으로 배달된 행자의 편지에 이름을 고치고 싶다고 했던 건 서울로 돌 아오고보름쯤후였던것같다. “원식아, 그때마당에있던시골믹스견이름은행자가아니라복순이였어….” 아마도 지금 그 아이는 38살쯤 애 엄마이거나, 이름을 고쳐서 이행자가 아닌 이예 린쯤으로살고있지는않을까? 지나간추억이돼야할텐데. 아무튼그때15일간 허리숙여모내기한 덕분에 허리가 엄청 튼튼해져왔을때새 086 | 대학의 소리 방송국 - VOU 60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