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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다일정은또왜그리많은지. 주말에있는가족행사도빠지기일쑤였고, 내 일 군대 가는 남자 친구에게“나 방송국 MT 가야해”라고 말했다가 정신 나간 여자 취 급을 받기도 했다. VOU는 이렇게 나의 소중한 20대 초반을 조금씩 갉아먹더니, 전부 가되어버렸다. - 위기 요즘 취업난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07년도는‘일단 놀고 보는’대학 문화 에 변화가 오는 시기였던 것 같다. 스무 명 남짓 되었던 동기들이 한 학기 방송을 마친 후, 하나둘나가기시작했다. 여러 이유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동기들은 고작 동아리 활동에 이렇게 많은 시간 을 투자할 수 없다고 했다. 쿨한 척도 해보고, 화도 내보고, 울기도 했지만, 떠날 사람 은 떠났다. 떠난 사람의 빈자리는 컸다. 그리고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남은 사람들은 더열심히굴러야했다. 아나운서 남자 동기가 없었기 때문에 나는 예술의 샘터의 남자 연기를 도맡아 했 다. 아나운서부는 우리말 지킴이 출연뿐만 아니라 원고 작성과 촬영, 편집까지 해야 했고, 보도부장님께 강습을 받은 후 VOU 뉴스를 제작하기도 했다. 인원이 부족한 타 부서의상황은더욱힘들었다. 한사람이감당해야하는몫이너무컸다. 이 부족한 인원으로 방송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음 학기 방송은 어떻게 이끌 어 가야 하는지가 늘 고민이었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4진 체재가 언급되기도 했지만, 오랜시간유지되어온6진체재에변화를주는것도쉬운일은아니었다. 인력이부족 하다보니 모두가 예민해져 있었다. 나는 이만큼 일하는데 너는 왜 그것 밖에 안 하냐 는식의원망들이오갔고, 대학방송이이제존재의미가없는건지허무하기도했다. 잠적을 하거나 나가겠다고 선언하는 동기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6명의 동기들이 꾸역꾸역 임기를 마쳤다. 마냥 시원할 것만 같던 실무 교체식 날, 아쉬운 마음에 그렇 게 눈물이 났다. 임기를 끝내고 나니 학교생활이 텅 빈 것 같아 일정만 있으면 방송국 기별 Essay | 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