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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 가자 - 평택 평화의 소녀상 건립에 부쳐 - 임봄 / 시인. 문학평론가 나비야 가자 굽이굽이 산골짜기 내 어머니 품 산 너머 울음도 품어 안는 그곳으로 나비야 어서 가자 울면서 떠나온 아득히 먼 고향집 열여섯 찢긴 살들을 품어 안는 그곳으로 제국의 군화 발에 차이고 짓밟혀 꽃봉오리 마디마디 피 흐를 때마다 두 주먹 움켜쥐고 목메어 부르던 어머니. 푸른 멍이 흰 눈 아래로 가라앉던 그 밤에 봄날 아지랑이 꿈꾸며 울던 옆방 단발머리 순이도 죽고 나비야, 나비야, 하얀 나비야 살아남은 순이가 부르는 자장가 두 눈을 부릅뜨고 부르는 노래 언덕 너머 작은 오솔길 어귀에서 오갈 곳 없이 떠도는 하얀 나비야 거친 가시밭 맨발이라도 이제는 가자 곱디 고운 딸을 떠나보낸 그 저녁부터 넋을 잃고 혼절해 있을 나의 땅, 내 어머니 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