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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와 할머니 - 유지선 할머니의 발등에 꽃이 핀다 절망하고 분노하고 외치다가 그러하다가 용서가 되고 싶은 꽃을 본다 꽃핀 자리마다 핏물로 흐르는 시간의 강을 본다 "고통이 지나면 노래가 남는다"* 꽃핀 발등엔 울음의 악보가 진행형이다. 역사 앞에, 사무친 시간 앞에 피 묻은 촛불 한 자루 타고 있다. 움막에서 식민지의 사막에서 맨몸으로 울던 소녀여 겨레의 소녀의 정절에 총부리를 박은 왜놈치하에 삶과 죽음을 하루치의 목숨으로 울던 소녀여 오늘은 울지마라 사랑 없는 꽃은 피지 않나니 감꽃을 줍고, 봉숭아 꽃잎을 손톱마다 물든이던 소녀야! 한 때 애지게 울던 울음과, 상처난 몸둥이로 죽음의 강을 건너온 소녀여 역사의 강물은 흐른다 이제 강물이 되어, 온몸이 강물 되어 순결한 몸으로 사소서 역사의 꽃은 핀다 이제 발등부터 순결한 흙이 되어 드디어 온몸에 생기로 돌아 민족의 혼이 된 흰 꽃으로 피어나소서 죽어도 죽지않는 흰 꽃으로 영원히 영원하소서! 2014. 08. 14. 〈평화의 소녀상〉 위안부 할머니께 바치는 헌시 * 우즈베키스탄 격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