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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배경 이 소설은 애초엔 전편 격인 <붉은 산, 흰 새>(이하 <붉은 산>으로 칭함)의 연장선상 에서 구상되었다. <붉은 산>이 전남 완도군 평일도에서 77년에 있었던 실제 사건을 토 대로 하는 6·25와 분단 문제를 주제로 삼고 있다면, <봄날>은 80년 5월 16일부터 27일 까지의 한정된 시간을 통해 온전히 ‘5·18 광주민중항쟁’ 전기간 동안을 다루고 있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실제 벌어진 당시의 모든 상황과 정황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담아내려 고 노력했다. 실상 열흘이라는 기간이 산술상으로는 짧은 시간이지만, 5·18의 경우는 단 순한 시간 개념의 울타리를 훨씬 뛰어넘는다는 특수성을 가진다. 한 도시 전역에 걸쳐 서 많게는 수십만 명이 동시에, 끊임없이, 격렬하게 요동치는 상황 안에는 그야말로 서 로 다른 수백 수천 가지의 사건과 무대와 장면, 그리고 수만 수십만 가지의 서로 다른 체 험과 반응과 해석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작가는 그 전체적인 흐름을 따라가되, 세부적인 구성에 있어서는 보다 핵심을 이루는 몇몇 중요한 사건과 사실들을 중심 기둥 으로 삼아 소설을 전개하였다. ‘봄날’의 책장을 넘겨보라. 시간은 일정한 보폭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어느 한 순간도 경악과 분노와 절망없이 지나가는 법이 없다. 전남대학교에서 금남로 와 터미널과 도청에서, 곤봉과 대검과 소총과 기관총으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 다. 비명과 탄식과 절규가 터져나오지 않는 곳이 없다. 순결한 영혼과 굳센 정신들 은 죽음이 임박해 있음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살아서 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죽어야만 할 수 있는 것이 있음을 아는 까닭이다. Ver.3 The Gwangju 5·18 Road Guide map book 83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