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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읍 4.3 희생자 위령비를 건립하며 한라명산의 정기가 남쪽으로 뻗어내려 물영아리 오름의 정기가 감겨 서린 땅, 남원읍 주민들의 끈끈한 삶을 지켜보며, 칠십리 길 쉬어가던 의귀원 자락에 남원읍 4.3 희생자 위령비를 조성한다. 1948년 4.3사건, 그 광란이 몰고온 비극은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불행한 역사로 기록되고 있다. 평화로운 우리 남원읍의 마을도 군.경합동 진압작전이란 이름 아래 많은 주민들이 희생되었으며, 당시 남원면의 중산간 마을은 초토화되어 주민들이 해안마을로 소개되는 비운을 겪어야 했다. 또한 일부 마을에서는 무장대의 습격으로 주민들이 희생되는 비극을 낳기도 했다. 이 소용돌이 속에서 좌우이념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순박하게 살아온 남원읍 주민 967명이 무고하게 억울한 희생을 당했다. 1950년 6.25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그때까지 살아남았던 일부 주민들이 예비검속으로 희생되었으며, 불법재판으로 육지 형무소에 수감되었던 선량한 주민들은 돌아오지 못했다. 칩십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우리들의 불찰로 영령님들의 넋을 기리기는 커녕 제대로 된 안식처조차 마련하지 못함이 매우 송구스럽고 안타깝게 여겨왔다. 우리 남원읍 4.3 희생자 유족들은 제주특별자치도 등 관계기관에 위령비 건립을 꾸준히 요청한 바, 다행히 2016년 예산에 반영되어 4.3사건 당시 남원읍 최대 피해마을은 의귀리 2006번지 소공원에 남원읍 4.3희생자 위령비를 건립하게 되었다. 만시지탄이나 우리의 염원이 풀리는 것 같아 감회가 깊다. 한과 눈물의 야속한 세월은 70년 성상을 흐르고 있다. 수많은 국민과 도민들의 열정적인 4.3진상규명.명예회복 운동이 있었기에 제주 4.3사건은 빛의 역사로 향하고 있다. 그동안 4.3특별법 제정(2000), 4.3진상조사보고서 확정(2003), 국가공권력의 잘못에 대한 대통령 공식 사과(2003), 4.3희생자와 유족 결정, 4.3평화옥원 조성(2008) 등 많은 성과를 얻었으며, 2014년에는 4.3희생자 추념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어 4.3해결의 전환점이 되었다. 영령들이시여! 남원읍 4.3 유족과 후손들이 마련한 이 안식처에서 정도 나누며 맺힌 한도 내려놓으시고 이제 고이 영면하시리다. 이 위령 소공원으 조성으로 남원읍 주민들은 그간의 작은 갈등을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풀어내어 주민 통합의 전환점이 되기를 기원한다. 이제 이곳은 후손들의 성지가 되고 평화와 인권의 소중한 가치를 다짐하는 산 교육작으로 삼게 될 것이다. 이것이 님들의 유지를 받드는 우리들의 몫이라 여기며, 남원읍 4.3 희생자 위령비를 영세에 보전하고자 한다. 2016.09.27 - 남원읍 4.3 희생자 유족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