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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4.3사건 당시인 1949년 1월 12일 의귀초등학교에 수용되었던 80여명의 의귀리 수망리 주민들이 국군 제2연대 군인들에 의해 무참히 학살당하고 나서 그 이듬해 봄 세개의 구덩이에 '멜젓담듯' 매장되었던 옛 터이다. 이름 석 자 얻지 못한 어린아이에서부터 예순이 넘은 부모형제의 시신조차 제대로 감장하지 못한 아픔을 속으로만 삭이던 유족들은 그 후 묘역을 마련하고 단장하며 반세기가 넘도록 의로운 넋들이 함께 묻혔던 이곳에서 추모의 옷깃을 여며왔다. 그러던 차에 수망리 신산마루에 새로운 유택을 마련하고 2003년 9월 16일 이장과정에서 서쪽 봉분 17구, 가운데 봉문 8구, 동쪽 봉분 14구 등 총 39구(남자 15구, 여자 1구, 청소년 추정 2구 포함한 성별 미상 17구)가 다수의 유물과 함께 확인되었지만 세월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다수의 유해는 이미 흙으로 돌아간 상태였다. 현의합장 영령들이 54년동안 머물렀던 이곳에서 피를 머금고 자라는 풀 한포기, 흙 한 줌이 시대를 증언하고 있기에 이곳에 발걸음 한 이들이여! 그대들 가슴에 인권의 소중함 품고 가시길 기원하며 이 비를 세운다. 2010년 5월 19일 현의합장묘 4.3 유족회 회장 양봉천 외 회원 일동 근립 비명글씨 운암 신창규 비문 시인 강덕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