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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안병욱- 안녕하십니까? 어느새 뱃바람이 문턱을 넘어서서 모든 생명체가 따돗한 보금자리를 찾아 들 어가는겨울입니다. 오늘은 동토처럼 얼어붙었던 참상들이 57년의 세월을 건너 진실규명의 결실 을 맺은 후 첫 번째 맞이하는 ‘함평군 민간인회생자 합동위령제’입니다. 늦게나마 함께할 수 있는 귀한 자리를 내어주셔서 고맙고, 한편으로 무거운 책임을 느껍니다. 함평은 1949년 양림마을에서 일어난 경찰의 보복성 혁살에서부터 한국전쟁 전후 시기까지 국군의 빨치산 토벌작전이란 명목으로 벌어진 민간인 학살 등 군내 곳곳이 참혹한 학살의 현장이었습니다. 농사일만 알던 무고한 가족들이 국민을 보호해줘야 할 경찰과 국군의 손에 불법으로 희생되었고, 부모·형저l를 빼앗긴 것도 모자라 생명을 위협받았고, 생계의 더전과 재산을 앓고 연좌제에 따라 취업의 권리도 제한되는 감시의 나날윤 몇 십 년간이나 살아야 했습니다. 이러한 사건이 57년 동안 말할 수 없었고 듣는 곳 없이 묻혀 있었으니 여러 분의 마음이 오죽했겠습니까? 부모형제들의 억울한 희생에 대한 진실을 밝히꼬} 하는- 유족 여러분들과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자발적인 노력은 이미 1960년 제4대 국회 양민학살사 건진상조사특별위원회와 1996년 함평군의회에 의해 사건의 실태 조사가 이 루어지게 했고 과거청산에 대한 국가의 진실규명이 시작되도록 하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 7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