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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먼저 사랑이다. 바다의 온 갖 찌꺼기를 다 받아 주는 섬. 지친 파도, 지친 배, 지친 갈매기가 찾아오면 언제든 쉬어 갈 자리를 내 주는 섬. 그래, 섬은 곧 사랑이다. 아낌없이 주는 사랑이다. 우리가 바다에서 뜨거운 꿈과 무한한 상상력을 배웠다면, 섬에게는 사랑을 배워야 한다. 섬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취해야 할 자세까지 온몸으로 가르쳐 준다. 섬이 내 게 들려 준 이야기를 글로 옮긴 <섬에게 배우는 사랑법>이라는 글을 먼 저 보자. 섬은 외롭지 않다. 조용한 사랑을 하고 있어 외로워 보이는 것이다. 파도가 철썩철썩 그의 몸을 때려도 갈매기가 끼룩끼룩 그의 마음을 흔들어도 섬은 수면 아래에서 건너편 섬의 손을 꼭 잡고 있다. 사람도 한 점 섬이다. 손이 둘씩이나 있는. 이런 사랑, 우리는 하고 있을까. 가슴 깊은 곳에서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사랑, 과연 하고 있을까. 너무 쉽게 만나고 너무 쉽게 흔들리고 또 너무 쉽게 등을 돌리는 우리에게 섬은 자못 냉정한 어투로 말한다. 너 희가 지금 하는 것, 사랑 아니라고. 섬의 두 번째 가르침은 겸손이다. 섬은 우리에게 나 혼자 잘났다고 고 개 빳빳이 들고 다니지 말라고 당부한다. 오만을 경계하라고 속삭인다. 그게 무슨 이야기냐고 물으면 무인도라는 섬을 잘 살펴보라고 말한다. 무인도. 외로운 섬. 하지만 그 외로움은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말일 뿐. 과연 그곳을 흐르는 냇물에게도 외로운 섬일까. 그곳에 울긋불긋 핀 꽃 들에게도 외로운 섬일까. <무인도>라는 글은 우리 인간이 자연 앞에서 더 겸손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파도도 있고. 갈매기도 있고 조개도 있고 말미잘도 있고 꽃도 있고 낙엽도 있고 나비도 있고 모기도 있고 토끼와 거북도 있 고 반딧불이도 있고 노을도 있고 바람도 있고 계절도 있는 섬. 즉 세상 모든 게 다 있는 섬. 사람 하나 없다고 이름에 無 자를 붙이는 것은 사람들의 지독한 오만. 마지막으로 섬은 우리에게 포기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준다. 주저앉으 려는 우리에게 서 있으라고 명령한다. <섬>이라는 글. 말장난이지만 말 장난 이상의 울림을 준다. 섬. 주저앉음의 반대말. 바다위에서도 서는데 땅위에서 주저앉으면 안 되겠지. 당신도 섬이어야 한다. 아파도 섬이어야 한다. 아파도가 아니면 힘들어도, 억울해도, 막막해도, 울고 싶어도… 끝에 도 자가 붙은 섬이면 어떤 이름도 좋다. 지금까지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차례에 걸쳐 바다에서 건져 올린 상상 력이 어떻게 글이 되고 또 어떤 울림과 가르침을 주는지 살펴봤다. 어 설픈 글을 읽어 주신 독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며 연재를 마친 다. 연재는 마치지만 바다는 여전히 상상력의 보고로 남아 있을 것이 다. 나에게도. 당신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