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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장어와 돌문어 잡으러 바다로 간다 박 씨가 주로 취급하는 것은 바닷장어와 돌문어다. 통영 앞바다에서 잡 히는 바닷장어와 돌문어는 국내 최고 수준의 품질을 자랑한다. 오전에 출항해 한나절을 통발 투입에 시간을 보내고 나면 새벽 내내 통발을 걷 어 올려야 하니 잠깐의 낮잠은 필수다. 그렇게 걷어 올린 통발을 새벽 어시장에 내다 팔고, 가장 품질 좋은 것 만 따로 골라 단골고객에게 보낸다. 다음날 출항을 위해 통발 준비작업 을 마치고 나면 어느새 동이 터온다. 30년 넘게 이 작업을 반복해 자식 들을 키운 부모 곁에서 보고 배웠으니 힘들어도 맘은 편하다지만, 이만 큼 손이 많이 가는 작업도 없다. 그럼에도 배 위에서 먹는 엄마 밥맛은 아직도 최고라고 말하는 박 씨. 그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품질 좋 은 어류들을 직접 잡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단순히 도매장사로 수익을 남기는 것이 아닌, 직접 잡은 것을 판매하기에 스스로 품질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수익을 따라 요란을 떨지 않았기에 처음부터 큰 수익을 내지는 못했지 만 그에게 한 번 구입한 사람은 어김없이 단골이 되었다. 묵직한 뚝심과 근성이 소비자들에게는 믿음을 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공들여 잡 아온 수산물은 박 씨의 손에 의해서 직접 가공이 된다. 꼼꼼하게 손질 하고 정성스럽게 포장해 고객에게 보낸다. 정상으로 향하는 꿈을 꾸다 자연이 주는 만큼 잡고 잡은 만큼만 팔면 된다고 말하는 박정태씨는 남 겨둔 꿈 중에 꼭 이루고 싶은 것을 묻자 주저 없이 ‘매킨리 등반’을 꼽았 다. 미국에서 가장 높은 산인 매킨리 산을 정복하고 싶다는 포부는 그의 눈을 다시 반짝이게 했다. 그의 꿈은 생각보다 소박했다. 자연이 주는 만큼 잡고 잡은 만큼만 팔면 된다고 말하는 그. 학업에, 취업에, 스펙을 쌓기 위해 매일 분주하게 살아 가며 정작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잊고 사는 시대. 젊다는 것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박 씨는 스스로 터 득하고 오늘도 바다로 향한다. 그리고 자신이 던져 놓은 꿈을 천천히 건 지며 또 다른 모험을 꿈꾸고 있다. “숨 쉬기도 힘든 고산에서 동료들과 함께 몸을 묶고 생사의 고락을 같이 하는 순간은 무엇으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도전은 정복을 위한 시작이 아니며 자연 속에 초라한 스스로를 느낄 때,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열심히 돈 모아서 다시 떠나야지요(웃음).” 3 4 5 1 그물을 건져올리는 모습 2 박정태씨가 부모님과 함께한 모습 3 문어를 들고 웃어보이는 박정태 씨 4 박정태씨는 매일 갓잡은 수산물을 판매한다. 5 부자(父子)가 뱃일을 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