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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 박정배(음식 칼럼니스트)음식인문학 울진 중에서도 후포, 후포에서도 거일마을은 대게 잡이의 마을이었다. 지금은 많이 잡히지 않지만 게 중에서 가장 맛있다는 털게도 후포어시장에서 볼 수 있다. “ ” 12월에서 3월 사이에만 잡을 수 있는 대게는 조선시대부터 먹어왔다. 대게는 ‘커다란 게’가 아니라 ‘대나 무 같은 다리’를 가진 대게(竹蟹)다. 그러나 대게(竹蟹)에 관한 오래된 기록은 없다. 그렇다고 지역 사람 들이 임의로 만들어낸 말도 아니다. 1611년에 홍길동전을 쓴 허균이 쓴 최초의 음식 품평서인 ‘도문대작’에 는 게(蟹)가 나온다. ‘삼척에서 나는 것은 작은 개만하다. 다리가 대죽과 같다. 맛이 달다. 포로 먹으면 좋다. 대게란 명칭은 없지만 대나무 다리를 한 대게가 분명하다. 16세기 인문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 람’에는 자해(紫蟹)라고 표기된 게가 평해군(지금의 울진군)의 특산물로 나온다. 삼척과 맞닿은 울진임 을 감안하면 일제 강점기 이전 강구항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게는 울진의 특산물이었음을 알 수 있다. 울진 중에서도 후포, 후포에서도 거일마을은 대게 잡이의 마을이었다. 거일이란 말은 게일이란 말에서 왔는데 ‘거’는 ‘게’의 지역 사투리다. 지금은 많이 잡히지 않지만 게 중에서 가장 맛있다는 털게도 후포 어시장에서 볼 수 있다. 후포의 겨울 문어도 대게 못지않게 실하다. 문어는 5~30m 정도의 낮은 바다에 사는 것이 맛있다. 깊 은 바다의 문어는 감칠맛이 덜하고 살이 무르다. 후포시장 주변의 식당 어디라도 겨울이면 문어를 삶 은 숙회를 판다. 다른 지역 문어에 비해 단단한 살집이 살캉살캉 씹힌다. 겨울 진객 도루묵과 양미리도 빼놓을 수 없다. 크림 같은 식감을 가진 양미리의 알과 톡톡 터지는 주스알 같은 도루묵의 알은 알로 먹는 생선의 색다름을 선사한다. 동해안 어디에서도 나는 가자미는 물론이고 돌가자미 같은 귀한 생선 들도 구경할 수 있다. 겨울 후포항의 주인공은 대게와 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