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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지리산보다 10배나 귀한 생태계의 보고 줄포만 갯벌 주변을 걷다보면 한겨울인데도 작은 게와 망둥어가 여행자 들을 반긴다. 추위를 피해 깊은 뻘 속에 숨어 모습을 보이지 않아 개체 수는 많지 않지만 줄포만의 생태계가 무척 양호한 편이라 다른 지역의 오염된 갯벌에 비해 많은 개체가 서식하고 있다. 지난 2010년 국토해양부가 실시한 ‘2010년 연안습지 기초조사’에 의하 면 표층퇴적물의 유기물과 화학적산소요구량 수치가 모두 정상이며 갯 벌의 상태는 매우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루미늄, 구리, 아연, 폴로 늄 등 주요 중금속 8종에 대해서도 면밀히 분석한 결과 미국해양대기관 리청이 적용하고 있는 기준치 이하로 나타났으며, 카드뮴과 비소, 수은 등 3종류는 아예 검출조차 되지 않았다고 하니 줄포만은 원시 그대로 의 생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과언이 아니다. 퇴적토가 건강하다 보니 갯벌에 사는 저서동물도 다양하다. 줄포만에 는 연체동물과 극피동물, 갯지렁이와 갑각류를 중심으로 모두 102종이 서식하고 있다. 연안습지 기초조사 당시 1㎡당 평균 무려 570마리가 발 견됐다고 하니 호남과 충청권을 통틀어 가장 건강한 갯벌 생태를 보인 다고 할 수 있다. 주로 서식하는 저서동물로는 갯지렁이류가 가장 많고, 갑각류, 연체동물, 완족동물, 어류, 선충류 등 다양한 종이 어우러져 생 태계를 이루고 있다. 이 중에서 생물자원으로서 가치가 높은 맛조개, 칠 게, 농게, 사각게, 융단속살이게, 망둥어 등이 풍부하게 서식하고 있으며 이 지역 맨손어업의 주요 소득원이 되고 있다. 저서동물을 먹이로 삼는 괭이갈매기와 중부리도요 등 물새류도 이곳을 터전으로 살고 있다. 현재 줄포만에는 65종의 물새들이 살고 있는데, 이 중에서 특히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이 10종이나 서식하고 있는 것으 높이 250~500m의 작은 산들이 어우러져 있는 줄포만 주변의 모습도 참으로 아기자기하다. 특히 부안군에 위치한 변산반도국립공원은 줄포 만을 찾아온 사람들로 하여금 이곳을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묘한 매력 을 지녔다. 사실 줄포만을 제대로 조망하기 위해선 변산반도를 올라야 한다. 높이가 500m인 변산에 오르는 것이 부담은 되지 않으니 신선한 바 다의 공기를 맡으며 가벼운 마음으로 올라가는 것도 좋다. 그렇게 아름다운 모습의 줄포만이 귀한 대접을 받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여느 갯벌과 마찬가지로 줄포만 역시 아 무짝에도 쓸모없는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으나 새만금 매립과 함 께 줄포만의 위상은 크게 달라진다. 줄포만과 함께 변산반도를 사이에 두 고 우리나라 갯벌 생태계의 보고로서 귀중한 생태적 가치를 안고 있었던 새만금은 대규모 간척공사가 진행됨에 따라 안타깝게도 갯벌로서의 생 명에 종말을 고하게 된다. 41,100ha에 이르는 새만금 갯벌은 여의도의 140배, 서울의 2/3에 달하며 전북지역 갯벌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새만금의 여파가 무척이나 컸던 것일까. 대규모 간척공사가 몰고 온 환경 파괴의 부작용은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되어 변산반도 건너 줄포만으로 곧장 이어졌다. 새만금이 사라짐에 따라 전북지역에서 유일한 갯벌이 된 줄포만은 지난 2006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다. 지난 2010년에는 줄 포만갯벌과 그 아래쪽의 고창갯벌 습지보호지역을 묶어 30.2㎢에 이르 는 지역이 람사르습지로 등록되어 전 세계인의 자연유산으로 거듭나게 됐다. 줄포만을 보존하려는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2009년 국토해양부가 정읍, 김제, 부안, 고창 일대를 해양농경역사문화권 특정지 역으로 정하면서 줄포만은 지리산, 변산반도와 더불어 전북 최고의 생태 보존지역이라는 명성을 안게 됐다.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