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page

살아있는 한국 경찰의 혼 차일혁 총경 일대기 90 할 테니 오늘은 너희들이 직접 가서 보고해라. 만에 하나 허위나 과장을 한다면 내가 살려두지 않겠다.” 그들은 비실거리며 도망쳐버렸다. 사건의 발단은 군인들이 부역 자 색출 명목으로 부락민들을 모아놓고 이미 끝난 부역자 처벌을 하면서부터였다. 부역자들 속에는 두 아들을 둔 어머니가 있었는데, 큰아들은 빨 치산 대장이고 둘째아들은 경찰이었다. 작은 아들이 김 경위 밑에 소속되어 있었기에 김 경위는 어머니를 알게 된 것이다. 김 경위 는 그 어머니를 부역자들 중에서 돌려보냈는데 군인들이 재차 불 러내어 닦달하고 있던 중이었다. “작전명령은 군에서 내리지만 행정이나 민심수습은 경찰이 하 는 것인데, 이제 겨우 민심을 수습해가는 과정에서 왜 문제를 일 으키고 있는가?”하고 김 경위가 헌병대에 따졌던 것이 사건 확대 로 이어진 것이다. 김 경위로서는 자기 부대원의 어머니를 부역자 로 내몰 수는 없었던 것이다. 헌병상사는 김 경위에게 “떼떼권총(소제권총)을 내놓으면 돌아 가겠다.”고 능청을 떨었다. 헌병상사가 권총을 얻기 위해 주민들 을 닦달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김 경위는 헌병상사의 멱살을 잡아 땅에 내동댕이친 것이었다. 어쨌든 헌병상사가 전투경찰을 얼마나 우습게 보는지 그 반목과 알력의 일단을 엿볼 수 있는 사 건이었다. 이번 기회에 최석용 전북지구 전투사령관을 만나 직접 보고 느낀 바를 이야기하여 민원을 없애기로 마음먹었다. 하루는 난데없이 적 도당사령부에서 서한이 왔다는 보고를 받 았다. 공비토벌대장인 그에게 공비수뇌부에서 서한을 보냈다는 것 이 의아했다. 39) 군대에서 한 오(伍)의 우두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