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page

2부. 역사의 부름 앞에 89 항우와 유방의 대결에서 항우는‘力拔山 氣蓋世’로 무력으로는 천 하에 당할 자가 없었기 때문에 힘으로 모든 사람을 굴복시켰다. 이에 반해 유방은 무력보다는 덕을 앞세워 싸우지 않고도 상대편을 굴복시켰 다.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무력에만 의존한 항우는 패퇴하고 덕을 앞세 운 유방이 천하를 차지하게 되었다. 차일혁 대장이 행한 일들을 보면 전투에서는 그 어느 누구보다도 용 맹하지만 그에 앞서 주민들을 관용과 사랑으로 감싸 안고, 이념을 초월 하여 모두 하나의 동족으로, 또 하나의 핏줄로 대했기 때문에 주민들의 민심은 모두 차일혁 대장을 향하게 되었고, 빨치산 중에서도 차일혁 대 장의 덕에 감화된 자가 많았다고 한다. 하루는 대대본부에 보신병 최순경(崔順庚)이 뛰어 들어왔다. “김 특공대장이 13연대 헌병상사를 죽여 버리겠다고 지금 난리 를 피우고 있습니다. 누가 말릴 수도 없고 대대장님께서 가보셔야 겠습니다.” 산내면 지서로 가보니 김 경위가 13연대 헌병상사 3명을 무장해 제 시켜 꿇어앉힌 채 죽이겠다고 바락바락 소리치고 있었다. 다혈 질인 그의 얼굴은 혈관이 모두 터져버릴 듯 뱀처럼 꿈틀거리고 있 었다. “대장님 말리지 마십시오. 이놈들 다 죽여버리고 저도 죽겠습니 다.” 차일혁은 크게 소리 지르는 김 경위의 총을 뺏고 헌병상사에게 사정을 물어보았다. “당신이 대대장이오? 이 자를 작전명령 수행방해죄로 체포하겠소.” 살려주자 보따리 내놓으란다고, 오히려 헌병상사는 뻔뻔스럽게 대꾸하였다. 차일혁은 순간 들고 있던 칼빈소총 개머리판으로 그 의 어깨를 내리쳤다. “빨갱이보다 못한 놈의 새끼. 일본헌병 오장39) 들이나 써먹던 방 법으로 사람들을 괴롭히다니 너희 헌병대장에게 내가 후에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