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page

살아있는 한국 경찰의 혼 차일혁 총경 일대기 86 스친 자국이 여러 군데 있었다. 단 1~2센티만 위치가 달랐어도 총 알은 명중되었을 게 아닌가. 전선에서 삶과 죽음의 길목은 단 1~2 센티의 거리인 것이다. 2월 4일. 차일혁 부대는 50여 일간 칠보에 계속 주둔하면서 발 전소를 수습하는 한편, 발전소를 완전히 확보하기 위하여 산내면 너되마을과 적의 난공불락이라고 일컫던 독고봉을 중심으로 안시 내 고지와 미수복지인 정읍군 산내, 산외면을 탈환하기 위한 작전 을 구상하였다. 경비사령부의 자동차 사정이 완화되자, 응원부대가 계속 도착하 여 조직적이고 기동력 있는 작전계획을 수립하게 되어 적의 대부 대를 능히 물리치고 발전소 방어는 물론, 나아가 적에 대한 완전 격멸전을 감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시 적이 자랑하고 있던 독고봉은 소백산맥의 연줄로서, 가장 험준한 봉우리 위에 정읍군당의 기포병단이 거점을 확보하고 있 었다. 아군이 수차 공격을 했으나 그때마다 희생만 컸을 뿐 실패 를 거듭하였다. 차일혁 부대는 칠보발전소를 확보한 이후 적에게 서 노획한 소련제 기관포 50발을 쏘며 공격을 개시하여 드디어 포 복으로 적진까지 공격, 3시간 만에 완전 점령하기에 이르렀다. 독고봉 탈환작전은 제1중대장 우희갑 경위가 발전소로부터 산 외면을 향해 공격하고, 제2중대는 차일혁이 직접 지휘하여 고지를 경유, 우회하여 적의 정면을 공격하였다. 독고봉에 인공기 대신 태극기를 꽂고 멀리 발아래를 내려다 볼 때 차일혁은 실로 감개무 량하였다. 당시 칠보발전소는 강원도 영월발전소가 적에게 점거된 직후라 남한일대의 송전을 도맡아 했던 곳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적의 포 위로 송전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호남일대 평야부근의 관개에 큰 역할을 하는 동진 수리조합의 저수지까지 적의 수중에 들어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