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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국 경찰의 혼 차일혁 총경 일대기 84 환뿐이었다. 그러나 적이 칠보에 이르는 각 도로망을 차단해 버렸 다는 정보를 접하고는 아군의 낙담과 실망은 실로 컸다. 그때 이 주임은 실탄을 싣고 태인까지 도착했으나 공비들이 다 시 칠보일대를 포위하고 교통망을 차단했기 때문에 태인에서 초 조하게 대기하고 있을 뿐이었다. 적의 중압 속에서 전멸직전에 놓 인 차일혁 부대는 실탄 보급이 없는 한 적탄에 맞아죽는 도리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대로 앉아서 죽을 수는 없었다. 마지막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차일혁은 아직 선이 끊어지지 않은 전화 로 태인에 연락을 보냈다. “이 주임은 실탄을 뺏긴다하더라도 칠보로 돌아오라.” “대장님, 불과 세 명이 무수한 적의 포위망을 뚫고 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건 이주임의 말이 옳았다. “역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실탄이 없는 한 이 싸움의 결과 는 어찌될 것인가?” 암담한 일이었다. “요행히 실탄이 운반되어 온다면? 물론 실탄이 운반되어 온다면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차일혁은 전화기를 들고 결연히 명령했다. “우리 결사특공대의 보고에 의하면 교통로를 확보했으니 염려 말고 즉시 태인을 출발하라.” 전화기를 놓고 나서 한동안 말없이 차일혁은 허공을 노려보았 다. 그는 전우를 속인 것이다. “내 앞에 있는 많은 전우들을 위해 부득이한 명령이 아닌가?” 그러나 차일혁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가슴에서는 부하에 대한 책임감과 오늘 이곳까지 이른 우리의 사명이 무엇이었나 하는 상 념이 새삼스레 피어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렇다, 마지막 용기를 내 자, 죽어도 깨끗이 부딪쳐 죽자, 그때 아군에게 남은 실탄은 소총 실탄 1인당 4~5발, 경기관총 60발, 소식 기관포 5발뿐이었다. 이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