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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국 경찰의 혼 차일혁 총경 일대기 66 첫 전투를 훌륭히 마치고 항가리에 귀대하자 정순식 경비계장, 전주시장 등이 본국 사령관의 특명으로 감사장과 표창장을 전달 하고 공로를 치하했다. 밤에는 지방유지들의 환영치사가 있었다. 대원들 중에는 항가리 주민들을 그냥 두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 는 이들도 있었다. 적이 교동 다릿골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었다면 분명 주민들 중에서 적과 내통하고 있는 자가 있었을 것이니, 그 들을 색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주민들은 차일혁 부대가 많은 전 과를 거두고 돌아오자 즐거워하기보다는 불안해하는 기색이 역력 했다. 혹시나 자기들을 해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주민들 사이 에 알게 모르게 깔려 있었다. 차일혁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인가를 한참 동안 고민해야 했다. 그들이 적과 내통했다면 대수롭지 않게 넘겨 버릴 일은 아 니었다. 한동안 고심했지만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인공시절 총상을 당해 원기리에서 숨어 지낼 때 차일혁을 피신 시켜 준 사돈과 면장이 찾아왔다. “차대장, 제 말 좀 들어보시오. 나도 인공시절 부역을 했지만 목 숨을 부지하려면 어느 누구도 부역을 마다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이제 인민군을 몰아냈으니 같은 마을 주민끼리 죽고 죽이는 일만 은 막읍시다. 갈치가 갈치꼬리 무는 격 아닙니까. 구이면은 원래 전주와 가까우면서도 오지에 접해서 씨족간의 갈등이 심했는데, 이제 평소 미워하던 사람끼리 서로 이간질하는 흉흉한 마을로 변 해버렸습니다. 주관이 강한 사람들은 다 죽고 이쪽도 저쪽도 아닌 무골호인(無骨好人), 허허실실(虛虛實實), 바보 같은 사람들만 살 아남았어요. 우리 아들놈도 의용군에 끌려가지 않았습니까. 이제 더 이상 피를 보는 일만은 막아 주십시오.” 34) 차일혁의‘진중기(陣中記)’중 공비토벌 300일째 18전투경찰대대 편성과 구이전투에 관한 내용의 기사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