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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역사의 부름 앞에 63 명령을 내리려고 나팔수 33) 를 찾았다. 나팔수는 분명 보신병 앞에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짚단을 나르던 김규 수가 총에 맞아 나동그라졌다. 기어가던 그의 발바닥에 총알이 관 통되었던 것이다. 차일혁이 피를 흘리는 그를 끌고 부엌에 들어가 보니 부대 대원들이 큰 아궁이에 머리를 처박고 엉덩이를 빼놓은 채 떨고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경찰학교를 갓 졸업한 풋내기 경 찰들이었다. 나팔수도 자기 눈만 가리면 다른 사람들이 찾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어린아이처럼 눈을 감고 짚더미에 고개를 박고 있 었다. 차일혁은 나팔수를 꾸짖어 김규수의 치료를 부탁하고 몽둥 이를 들고 풋내기 경찰들의 엉덩이를 후려갈겼다. “나가서 싸울 테냐, 나한테 맞아 죽을 테냐?” 그들은 때리는 사람을 처음엔 빨치산으로 잘못 알았는지 더욱 더 머리를 안으로 쑤셔 박았다. 별 수 없이 차일혁은 권총을 빼들 어 천장에 공포를 쏘았다. 겨우 정신을 차린 그들을 싸우도록 내 보내고 나팔수에게 사격중지 나팔을 불게 했다. 아군은 적의 총탄 이 어디에서 날아오는지 조차 알지 못한 채 사방에다 총을 쏘며 낭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격을 중지하고 나니 적들이 산봉우리 에 위장술로 연기를 피워놓고 산중턱 좌우에서 사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들은 차일혁 부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차일혁 부대는 완전 포위된 채 적들의 총알받이가 되고 있었던 것 이다. 차일혁은 이것이 자신의 최후인가를 생각하며 마음껏 싸워보지 도 못하고 죽는다는 것이 억울하고 분해 자신도 모르게 하늘이 원 망스러웠다. 만일 전 대원이 전사하고 나만 살아난다 해도 전우의 유가족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차일혁은 처녀출전의 최후 결전을 33) 신호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