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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국 경찰의 혼 차일혁 총경 일대기 62 승산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리하여 차일혁의 첫 토벌작전은 게릴라전으로 치르게 된다. 12월 28일 미명에 적을 기습하기 위해 차일혁은 부대를 정비하 고 출발했다. 지척을 분간할 수 없는 칠흑 같은 어둠속에 매서운 눈바람과 살을 에는 추위에 맞서 나갔다. 푹푹 발이 빠지는 험준 한 산 속에서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적을 향해 공세를 취한다는 것 은 위험천만한 모험이었는지도 모른다. 몇 자나 쌓인 눈 속을 군 화대신 짚신이나 농구화를 신고 걸어가는 대원들의 고통은 실로 컸다. 총자루를 쥔 손이 꽁꽁 얼어붙었고 코에는 고드름이 달려 숨쉬 기마저 힘들었다. 그러나 약해지려는 마음을 굳건하게 다져나가며 승리를 향해 돌진하고 또 돌진해 나갔다. “이 눈 속을 뚫고 진격 해 오리라고는 예상치 못한 적들을 흔쾌히 깨부수리라.” 다짐했 다. 지형정찰에 의해 탐지한 적진을 향해 가는 도중, 교동 냇물 위 다릿골을 척후소대가 지나고 그 뒤를 따라 1중대가 건넌 뒤, 사이 드카를 타고 가던 차일혁이 막 건너려는 순간, 보이지 않는 적들 로부터 총격이 쏟아졌다. 적을 기습하려던 차일혁이 도리어 적들로부터 기습을 당한 꼴 이었다. 그때 시각은 새벽 5시. 유일하게 M1소총을 소지한 보신병 김규수는 멋있어 보이기 위해 태극기를 총신에 달고 있었다. 눈에 띄는 태극기 탓에 총탄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차일혁은 재빨리 총 을 빼앗아 태극기를 뜯어냈다. 적들의 위치는 알 수 없었고, 예광 탄과 함께 총탄이 비 오듯 날아왔다. 차일혁은 모두 엎드릴 것을 명령한 후 지형지물을 이용하려고 김규수에게 조금 떨어져 있는 민가에 들어가 짚단을 꺼내 쌓도록 했다. 산봉우리에서 연기가 나 고 있었기 때문에 아군은 산봉우리를 향해 사격하고 있었다. 적은 보이지도 않는데 총만 쏘아대고 있으므로 일단 사격중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