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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역사의 부름 앞에 51 낙동강까지 밀려갔던 국군은 유엔군의 상륙작전으로 다시 북상 해왔고, 1950년 9월 28일 전라북도도 수복되었다. 인공 90일은 막 을 내린 것이다. 10월 1일 차일혁은 북상한 국군과 합류하여 유엔 군 2사단 전주 치안대장으로 복무하게 된다. 차일혁은 김규수, 이학희, 정우명을 다시 만나게 된다. 그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볼을 비비며 해후의 기쁨을 나누었다. “다들 잡혀서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이게 웬일이냐? 다른 대원 들은?” “말도 마십시오. 대장님이 떠난 뒤 함께 갔던 박세종, 이영룡의 소식도 끊어졌고, 4일 후에 저희들도 모두 체포되었습니다. 처음 엔 구이면 분주소에서 황준호로부터 고문을 받다가 신흥고교에 있는 정치보위부로 끌려갔습니다. 박달나무를 정강이 사이에 끼워 주리를 틀면서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으면 모두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했습니다. 게다가……” 털보 정우명이 푹 고개를 꺾었다. 활달한 그의 성품상 좀체 없 었던 모습이라 차일혁은 긴장했다. “우리들은 간부라 이용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음인지 우리 넷을 세워 놓고 개승만의 반동도배들이라 욕하면서, 묻는 말에 대답하 지 않으면 부하들을 하나씩 차례로 쏘아 죽이겠다고 했습니다. 부 하들은 모두 사살당했습니다.” 차일혁은 뿌드득 이를 갈았다. “우리들은 전주교도소에 수감되어 사형날짜를 기다리고 있는데 28일 갑자기 석방되었습니다. 사실 매일 사형이 집행되고 있었습 니다. 간수의 발소리만 들어도 나를 죽이러 오는 것이 아닌가, 밥 이 많이 들어오면 누가 죽어나갔나를 살피게 되곤 했지요. 매일 꽹과리 소리가 정신없이 들려 왔는데 그게 모두 몽둥이에 구타를 당하는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려는 위장술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