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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역사의 부름 앞에 49 “내가 언젠가 차일혁을 본 적이 있는데 차일혁과 비슷한데 …… ” 하며 의심스러운 눈으로 증명서에 붙은 사진과 차일혁의 얼굴 을 힐끔거렸다. “사실대로 말하시오. 당신 차일혁이 아니오?” “차일혁은 내 조카요. 우리는 친척이라 닮았다는 말도 많이 듣 고 그래서 가끔씩 오해도 받곤 합니다. 조카는 나보다 두 살 아래 인데 얼굴이 검고 신체가 더 좋다오.” 그때 키가 큰 치안대원 한 명이 차일혁 곁으로 다가왔다. “제가 호국군 삼례분회에 있었습니다. 그때 차일혁이 대대장으 로 있어 얼굴을 봤는데 이 동무는 그자와 달리 얼굴이 희고 갸름 한 것으로 보아 차일혁이 아닌 차갑수가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치안대장은 그래도 믿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연신 갸 우뚱거리며 아이를 업고 있는 차일혁의 아내에게 “가진 것 다 꺼 내보시오.”하고 명령했다. 아내는 가슴에 싸안고 있던 보자기를 풀었다. 거기엔 위장병으 로 고생하는 아내가 복용하는 약첩과 거울, 빗, 실, 가위 따위와 여행 중에 먹을 고구마와 미숫가루가 전부였다. 그가 약을 집어들 었다. “이건 무슨 약이오?” “속이 아파서 늘 먹는 약입니다.” “그게 사실이오? 혹 동네 우물에다 독약을 집어넣으려는 건 아 니겠지? 전에도 어느 반동분자가 그런 소행을 했는데 지금 내 앞 에서 한번 먹어보시오.” 차일혁의 아내는 약을 복용할 시간이 아니었지만 할 수 없이 가 루약을 입안에 털어넣었다. “이 거울은 왜 가지고 다니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