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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역사의 부름 앞에 47 구완을 해주었다. 서서히 몸도 기력을 되찾자, 차일혁은 경각산 토굴 속에서 눈이 빠지게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부하들이 생각났 다. 밥은 제대로 먹고 있는지, 박세종과 이영룡은 무사히 도착했 는지, 유격전은 제대로 해낼 수 있을는지, 빨리 동지들에게로 가 고 싶었다. 누워 있은 이부자리가 오히려 가시방석처럼 불편하게 그를 찔러댔다. 오늘 밤엔 꼭 돌아가야지 다짐하고 있는데, 사돈의 목청 높은 소리가 들려왔다. “동무들 수고하오. 싸게싸게 차일혁이 좀 잡아주시오. 우리가 이래저래 신경이 쓰여 더 못살겠소. 그 놈이 유격대 대장이라지 요? 그 놈이 저번에 임실에서 보급차도 습격했다지요?” 인민군들이 안방까지 들어온 듯 말소리는 똑똑히 들렸다. “그럼 부소장 동무 믿고 그냥 돌아가겠소. 그 놈은 악질반동이 오. 혹 이곳에 들르거든 날쌔게 신고하기요.” “하믄 하믄. 여부가 있겠소?” 금방이라도 다락문을 밀고 들어 올까봐 권총을 장전하고 있던 차일혁은 안도의 숨을 몰아쉬었다. 이제 더 이상 하루도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 그날 밤 다락에 올라온 누이의 안색은 여느 때와 달 랐다. 누이에게 바깥소식을 물어 보았다. “옹골연 유격대가 모두 잡혀 구이면 분주소 소장에게 조사를 받 고 있대요. 이영룡이는 그 자리에서 사살되고 박세종이는 행방불 명되었는데 아버님 말씀이 아무래도 그가 잡혀서 고문에 못 이겨 유격대의 거처를 분 것 같대요. 하지만 오라버니가 이곳에 있다는 걸 다 알면서도 자백하지 않았으니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죠.” 대원들의 검거소식에 차일혁은 아연실색했다. 함께 싸우고 함께 죽을 것을 피로써 맹세한 동지들이 아닌가! 마음 같아서는 그들이 지금 잡혀 있다는 분주소로 한달음에 달려가 소장이란 자를 박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