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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국 경찰의 혼 차일혁 총경 일대기 46 고 말했다. “안돼요, 오라버니. 오라버니는 이틀 만에 깨어난 걸요. 조금만 늦었어도 팔을 잘라내야 했었대요. 이곳에서 상처가 낫거든 떠나 든지 마음대로 하세요. 그때 권총도 돌려드릴께요. 지금은 절대 안정을 취하셔야 해요.” “아니야, 이곳에 숨어 있지만 언제 발각될 지 알 수 없는 목숨 이야. 무슨 일이 생겨 적에게 잡혀서 고초를 당하느니 스스로 목 숨을 끊어야 하니까 돌려다오.” “그러지 말고 자수하세요. 우리 집이 가장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인민군이 몇차례나 다녀갔는걸요. 순자에게 연락했더니 오 라버니가 자수만하면 목숨은 살려준다 약속했어요. 순자가 전주시 에서 여맹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지 않아요? 순자가 힘을 쓰면 오라 버니 목숨쯤은 구해줄 수 있을 거예요. 새언니랑 조카도 순자네서 몸을 피하고 있대요. 다들 무사하니 걱정 말고 자수해서 목숨을 구하셔요.” “그딴 소리 집어쳐.” 차일혁은 몸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도 잊고 버럭 고함을 질렀다. 왼팔의 통증이 전율처럼 몸을 지지고 지나갔다. 고함소리에 놀란 누이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구차하게 사느니 깨끗이 죽기로 결심했으니 권총을 돌려다오.” 차일혁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고 느꼈는지, 누이는 숨겨두었던 권총을 돌려주었다. 차일혁은 오랜만에 되찾은 권총을 볼에 비벼 보았다. 왠지 힘이 솟구쳤다. 당장이라도 적과 맞서 싸우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누이는 하루 한 차례씩 식사를 차려주고 요강도 봐주었다. 다락 문을 벽지로 도배해 두고는 자리를 떼어내고 남몰래 드나드는 것 이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누이는 묵묵히 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