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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역사의 부름 앞에 45 나설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일이었지만 계속 지체할 수 없어 차일 혁은 부하들에게 업혔다. 치안대의 저벅거리는 발소리를 이명처럼 귓가로 흘려들으며 기적적으로 다시 사돈댁에 도착했다. 두 대원 들에게는 치료가 되는대로 돌아가겠다고 말하고 망설이는 그들을 돌려보냈다. 사돈은 우선 다락에 자리를 펴고 한달음에 달려가 친 척 한의사를 불러왔다. 그는 차일혁과 사돈뻘되는 사람이었지만 별다른 인사를 건네지 않은 채 불안한 기색이었다. 그러나 곧 의 사의 본분을 자각했는지 누이에게 대나무 칼을 뾰족하게 깎아오 도록 지시했다. “엽총을 맞아 납탄이 몸에서 썩어가고 있구려. 다행히 목숨을 부지했지만 팔은 마음대로 쓰지 못할 걸세.” 의사는 두리번거리더니 다듬이 방망이를 집어들었다. 차일혁은 그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절대 소리를 내지 않겠다며 만류했다. 의 사는 곤란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면도칼로 살을 찢 고 대나무 칼로 살에 박힌 납탄을 끄집어냈다. 의사는 차일혁을 방망이로 쳐서 실신시키고 납탄을 꺼내려고 했던 것이다. 차일혁 은 중국 항일전선시절에서 배운 대로 칼을 대기 전 몇 분 동안 숨 을 쉬지 않고 있었다. 마취하지 않고 살을 도려내는 동안 신음소 리를 꾹 참고 눈을 부릅뜬 채 천장만 노려보았다. 한의사는 납탄 을 빼낸 자리를 숯가루로 소독하고 솜을 틀어막았다. 한 시가 급 하고 따로 손을 쓸 도리가 없기에 원시적인 민간요법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숨을 참고 있던 차일혁은 치료받는 동안 실신해 버렸다. 눈을 떠보니 복순 누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언가 말하려는 그에게 절대 안정해야 된다며 누이는 입 을 막았다. 허리춤을 살펴보니 차고 있던 권총이 없었다. 차일혁 은 어렴풋이 그간의 상황을 떠올리고 누이에게 권총을 돌려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