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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역사의 부름 앞에 43 골로 변해갔다. 등사용구마저 떨어져 버리자 차일혁은 물품조달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8월 10일경 차일혁은 구이면에서 8킬로미터 떨어진 원기리(일 명:원터)에 살고 있는 복순 누이집을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발이 빠른 박세종, 이영룡과 함께 야밤에 길을 떠났다. 다행히 치안대 원들에게 발각되지 않고 무사히 누이집에 도착했다. 누이의 시가는 동네 유지였지만 인심을 잃지 않은 덕에 변을 당 하지 않고 사돈 어른이 오늘날 파출소와 유사한 분주소 부소장으 로 임명되어 마지못해 좌익에 협조하며 지내고 있었다. 박세종과 이영룡에게 망을 보게 하고 차일혁은 누이가 잠들어 있을 사랑채 의 방문을 두드렸다. “아니, 거지도 손 맞을 날이 있다더니 이게 오라버니요? 꿈이오, 생시오, 살아 있었소?” 누이는 산도둑처럼 버티고 선 그를 보고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 다. 차일혁은 얼른 누이의 팔을 끌고 방안으로 들어섰다. “오라버니를 잡으려고 치안대가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아오? 유 격대가 옹골연에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온 마을을 이 잡듯 샅샅이 뒤졌다고요. 구국의용댄가, 거기 있던 사람들이 잡혀서 다 불었대 요. 오라버니가 유격대 대장으로 있는 것도 다 알고요. 인민군 보 급차를 습격했다면서요? 그걸 유격대 소행이라고 보고 혈안이 되 어 잡으려고 설치고 있어요. 우리 시아버님도 옛날엔 대한청년단 장이셨지만 지금은 인민군들한테 협조해서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지낸답니다. 지금은 온통 인민군들 세상이에요.” “아니다, 곧 국군과 유엔군이 인민군을 쫓아낼 거다. 시아버님 께도 지금은 저들 눈밖에 벗어나지 않아야 하겠지만 나중에 무슨 화를 당할지 모르니 지나치게 협조하지 않도록 말씀드려라.” 사촌누이는 눈물을 흘리며 쌀 두말과 대추 한말, 곶감 및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