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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국 경찰의 혼 차일혁 총경 일대기 42 ❚인민군 보급차를 습격하다 옹골연 연못이 바라보이는 부락 뒤 경각산에 토굴을 파고 거점 을 마련한 그들은 곧 유격전을 개시했다. 29) 낮에는 토굴 속에서 은거하다가 밤이 되면 전주시에 잠입하여 시민 선무용 전단을 살 포하였다. 박세종은 산초(山草) 캐는 사람을 돈으로 매수하여 농 민복장을 한 채 전주시로 잠입하여 삐라를 뿌리고 오곤 했다. 유 인물은 공공 화장실이나 건물 옥상 등에 물을 묻혀 붙여두거나 골 목길에 던져 두었다. 대담하게 집집마다 한 장씩 던져넣기도 했다. 때로는 경비가 삼엄하여 이틀 만에 돌아오기도 했다. 시민 선무용 전단은 한꺼번에 많은 양을 제작하지는 못했지만 내용은 시민들 로 하여금 최후까지 희망을 잃지 말고 공산학정을 참고 국군의 반 격을 기다리라는 내용이었다. “시민 여러분, 유엔군과 국군은 치열한 반격을 개시하고 있습니 다. 이제 조금만 참으면 우리의 원수들 괴뢰도당이 멸할 날도 얼 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때까지 희망을 잃지 마시고 적극 괴뢰도당 에 대항하여 우리 전북을 수복할 때까지 계속 투쟁합시다.” 유격대원 중 가장 연장자였던 털보 정우명은 점치는 영감으로 분장하여 보광재에서 적의 동정을 파악해 오곤 했다. 하루는 정우 명이 인민군 보급차가 들어온다는 보고를 했다. 유격대는 그날 밤 임실에서 인민군의 보급차량을 습격하기로 결정하고 작전을 짰다. 야음을 틈타 적병을 사살하고 보급차량을 불태워 버렸다. 불타는 인민군 차량을 보면서 가슴 속까지 짜릿한 통쾌함을 맛보았다. 전혀 보급이 없는 상태에서 빈약한 장비로 유격전을 편다는 것 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원들의 모습은 점차 피골이 상접한 몰 29) 본문은 김규수의‘옹골연부대’22~155쪽과‘빨치산 토벌대장 차일혁의 수기’36~45 쪽의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