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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역사의 부름 앞에 35 2부. 역사의 부름 앞에 ❚일제경찰 사이가(齊加七)를 저격하다 소련의 제지로 중국 땅에 발이 묶인 조선의용군은 지척인 조국 땅만 하염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언제 들어갈 수 있는지도 막막했다. 차일혁은 북한 땅에 가기는 싫었다. 그와 함께 싸운 동 지들 중에는 공산주의자들이 많았으나 그는 공산주의자가 되지 않았다. 뜨겁고 자유분방한 피가 흐르는 그는 딱딱한 이념의 틀 속에 자신을 맞추어 넣는다는 자체가 체질적으로 맞지 않았다. 더 구나 그는 당이나 조직의 절대적인 권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전투에는 천부적인 재능을 보이는 타고난 군인이었지만, 정세에 따라 민첩하게 몸을 움직이는 정치가는 아니었다. 차일혁 은 광활한 중국대륙에서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맘껏 느꼈고, 특히 해방구인 연안과 태항산의 활기는 그에게도 진정한 자유의 의미 를 가르쳐주었다. 항일무장투쟁전선에 우뚝 서서 조국과 동포를 억압하는 일본과 전투를 벌이는 일은 통쾌했으며, 가슴 벅찬 승리 를 맛보기도 했다. 매번 전투마다 목숨 걸고 싸워야했지만 거칠 것이 없는 나날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광복이 되었다. 도둑같이 찾아온 광복이었다. 일 본의 패배는 예상한 일이었지만, 조선의용군과 광복군의 국내 진 공작전이 채 이루어지기 전에 찾아온 광복은 주인 없는 집에 손님 이 든 격으로 어색했다. 외국군인 미군과 소련군은 조선 땅에 버 젓이 들어가는데 정작 조선인의 군대인 광복군은 한 발자국도 들 어갈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