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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국 경찰의 혼 차일혁 총경 일대기 304 상의 무수정주의자들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차 대장이 전향시켜서 소대지휘를 맡긴 C는 쌍치면 작전에서 생포되어 옛 동지들 손에 처형된다. 대동강 양각도 뱃사공임을 자랑하던 합죽이 정순경은 다시 고 향에 돌아가는 줄 알고 전투경찰에 투신했다가 결국 대동강과는 먼 섬진강 근처에 뼈를 묻었다. 일본에서 건너온 학도 의용군 ‘잔동지’(그는 자기 이름의 발음도 서툴렀다)는 ‘가장 용감한 기관총 사수’라는 대장의 표창을 받은 이튿날 수련산 전투에서 산화했다. 칠흑 같은 밤이었다. 후퇴하는 인민군이 형무소에 갇혀 있던 자기 이름을 불렀다. 동 명이인(同名異人)인지 누군가 먼저 대답하고 나가주는 바람에 살 아남은 ‘김도깨비’는 작전지역에 들어가기만 하면, 아무에게나 마 구 총질을 하다가 차 대장에게 쫓겨난다. 차일혁 부대에는 그런 복수의 화신이 또 하나 있었다. 심원면 학살사건의 주범인 김 대위였다. 차 대장은 그가 자기의 복수를 위해 군대에서 탈영한 탈영병인줄 모르고 지휘를 맡겼다 가 변을 당한다. 인민재판에서 부모를 잃은 그는 붉은 색만 보아도 거부반응을 일으켜 흥분했는데, 사람을 꿰뚫어 볼 줄 아는 차 대장이 왜 그처 럼 이용당했는지 그것은 또 하나의 수수께끼였다. 동양의 신비주의 색채가 짙은 대장의 행동에는 합리적으로 설 명하기 어려운 그늘이 있었고, 그를 따르는 대원들은 명암의 대조 가 선명한 대장의 그런 모습에 반했었는지도 모른다. 신으로부터 혜택 받은 인간만이 누리는 인간에 대한 깊은 믿음 을 품고, 고뇌의 시대를 살다간 그의 절대고독을 그의 후배들은 알 길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