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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록 303 소련의 힘을 빌려서 사회주의로 나아가든가, 아니면 미국의 힘 을 빌려서 자유주의식 독립을 하든가... 인격완성의 모델을 중국문화로 잡았다가 유턴을 한 차 대장은 후자를 택한 것이 분명하다. 말이 유(U)턴이지 그의 입장에서 편 을 바꾼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노릇이 아니었을 것이다. 바로 어제까지 목숨을 걸로 싸워온 일본군의 앞잡이들이 남하 하여 이승만 정부의 요직을 차지한 상황 하에서 그의 운신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감투를 가누기 어려운’ 어느 지리산지구 전투사령관이 우리 부 대를 방문했을 때였다. 그는 사열지휘를 부하 대대장에게 미루려고 했었다. 이를 테면 커리어가 달랐던 것이다. 차 대장은 공주경찰서장으로 나가 있을 때 금강을 헤엄쳐 건너 가 돌아오다 익사체로 발견되었다. 그의 시체는 강바닥에 먼저 빠져 있던 인민군 탱크를 덮치듯이 쓰러져 있었다. 짧은 일생을 통해 그는 무엇을 증명해 보이려고 한 것일까? 오디세우스처럼 살아온 한국동란의 한 영웅이 그런 반(反)영웅 적인 방법으로 생을 마감할 바로 그 무렵, 논산훈련소 경비대대 장교로 복무하던 또 한 친구는 무기징역 언도를 받았다. 그는 수풍댐 건설기술자로 일하다가 간첩으로 남파된 아버지를 숨기고 있었던 것이었다. 공산주의 아버지는 아들을, 기독교도인 아들은 아버지를 서로 설득하려다가 역시 앤티 클라이막스로 끝난 비극이었다. 민족의 대화합을 실현하는 조국의 통일은 이인모 노인 같은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