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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국 경찰의 혼 차일혁 총경 일대기 296 지녔던 염주도 하얀 재로 변하였다. 그는 철두철미하게 공산주의 를 신봉했고 공산주의 혁명에 전 생애를 바친 셈인데, 그러나 불 교신자를 상징하는 염주만은 몸에서 떼어놓지 않았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차일혁 역시 5년 후, 금강 물에 몸을 던질 때까지 염주알을 몸에 지녔다는 사실이다. 완강한 공산주의자도, 철저한 반공주의자도 초자연의 힘 앞에서는 한 낱 인간이라는 바는 다를 바가 없었다. 차일혁은 이현상의 뼈를 꺼내 그 철모에 넣고 M1소총으로 빻아 섬진강 물에 뿌렸다. 그리고 권총을 꺼내 허공에 3발을 쏘았다. 이 현상의 명복을 비는 조사였고, 지리산에서 죽어간 수많은 원혼에 바치는 조사였으며, 다시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거부하는 “나의 외 침”이었다고 술회한다. 이현상에 대한 중후한 장례로 인해서 차일혁은 일부 사람들의 비난을 감수하였다. 당시 죽고 죽이는 이념대결로 보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차일혁의 결심은 단호하였다. 그를 비난한 어떤 경찰간부에게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당신은 사람도 아니오? 죽은 뒤에도 빨갱이고 좌익이란 말입 니까? 이제 지리산의 공비토벌도 거의 다 끝나가고 있소. 나 역시 많은 공비들을 토벌했지만 그들 역시 같은 민족이 아니오? 내 고 향 이웃일 수도 있고 내 친척일지도 모르는 것 아니겠소? 당신은 죽어서까지 공비 토벌하러 다니겠소?” 그의 인간성이다. 대의를 위해 죽고 죽이는 판에도 동일한 민족 을 향한 열정, 그보다도 휴머니즘에 젖은 고결한 인격을 잃지 않 는, 그러나 강인한 인간이었다. 이현상이 죽은 지 두 달, 마지막 빨치산의 거목 이영회부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