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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국 경찰의 혼 차일혁 총경 일대기 286 게 쏟아내는데 아버지는 나오지 않았다. 어린 아들에게 왈칵 두려 움이 몰려들었다. 소년은 무서워서 엉엉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아버지! 아버지!” 아들은 손나팔을 하고 울음 섞인 목소리로 아버지를 불렀 다.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그러나 소년의 아버지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그가 다시 물 밖 으로 나온 것은 하루가 지난 다음날이었다. 19시간 20분만에 그의 시신을 건져 올렸다. 수색대원들이 무려 1.9킬로미터나 강을 내려 가서야 그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가 발견된 곰나루 근처는 6․25 당시 도강하다 실패한 인민군 탱크 2대가 가라앉아 있었는데 그 는 그 탱크 위에 있었다고 한다. 그것이 빨치산 토벌대장으로, 뛰어난 경찰관으로 이름을 떨쳤던 차일혁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빨치산 토벌 중 무수히 빗발치는 총 탄을 겁내지 않고 생사를 초월한 듯한 모습으로 전장을 누비던 차 일혁이 금강에서 숨진 것이다. 그가 공주경찰서장으로 부임한 지 일 년 반 만에 유명을 달리하게 되었다. 차일혁의 죽음이 전해지자, 각계각층에서 비통한 울음소리가 터 졌다. 당초 공주경찰서 앞마당에서 치르기로 했던 장례식은 몰려 드는 사람들 때문에 빈소를 금강 백사장으로 옮겼다. 너른 백사장 에 차려진 빈소에는 제18대대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경찰 동료, 군관계자, 부하직원은 물론이요, 정치계, 문화계 인사들도 대거 찾 아왔다. 차 대장, 이게 어찌된 일이오. 차 대장님이 죽다니... 차 대장님... 대장님... 사람들은 차일혁을 여전히 빨치산 토벌대장 시절의 차 대장으 로 부르며 오열했다. 수년간 총알이 빗발치던 전쟁터에서도 살아남았던 차일혁이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