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9page

4부. 전쟁은 끝났지만 285 보는 건 방학하고 처음이다. 아버지는 백사장 쪽에 가족을 두고 건너편 공산성 산기슭 아래 바위에 홀로 앉아 계신다. 아버지가 부르는 노랫소리가 간간히 들 려올 뿐 아버지는 통 말이 없으시다. 폴카풍의 신나는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무슨 시조를 읊조리기 도 하고 유행가를 부르시기도 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어머니는 “저 양반 혼자 신났구려.” 하고 웃으셨다. 짙푸른 숲 그림자가 드리운 금강의 물빛은 사뭇 검푸른 빛을 띠 고 있었고, 주위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아버지는 노래를 다 마치셨는지, 다음 곡목을 생각하기 위해 잠시 쉴 요량인지 물가에 서 누이들과 자맥질을 치고 있는 아들을 소리쳐 불렀다. “아버지가 거기까지 헤엄쳐 갈께. 잘 봐.” 아버지는 다이빙을 하듯 바위에서 뛰어내려 물속으로 풍덩 들 어갔다. 아버지의 몸이 수면 깊숙이 들어가는 듯하더니 이내 검은 머리가 물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아들이 있는 모래톱으로 헤엄쳐 왔다. 아들이 뭐라 말붙이기도 전에 다시 왔던 물길 속으로 들어가셨다. 아버지의 머리가 오랫동안 보이지 않아 걱정되었다. 그러나 소문난 수영실력답게 바위 쪽으로 금방 모습 을 드러내었다. 아들은 ‘와아!’ 함성을 질렀다. 아버지는 바위에 다시 올라갔다. “잘 봐. 이 아버지를 잘 보거라.” 아버지는 다이빙 하듯 물속으로 또다시 뛰어들었다. 그런데 이 번엔 10분이 다되어도 아버지의 머리가 물 밖으로 솟지 않았다. 아들은 아버지가 누이와 자신을 놀리려 그런 줄 알았다. 금방이라 도 빠르게 나타나 자신을 부르며 물을 튕길 것 같았다. 그러나 아버지는 물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아들은 초조해졌다. 고도를 낮춘 태양이 비스듬히 햇살을 따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