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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국 경찰의 혼 차일혁 총경 일대기 284 여름 태양이 내리쪼여 물가에서 먹이를 찾던 새들도 공산성의 나 무 숲 속으로 숨어버린 지 오래였다. 공산성 광복루가 올려다 보 이는 백사장에 한 가족이 자리를 잡고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아버지 여기 좀 봐요.” 열두살 짜리 아들은 아버지에게 수영솜씨를 자랑하고 싶어 물 속으로 자맥질을 거듭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가파른 산기슭 쪽 바 위에 앉아 꼼짝 않고 계셨다. 먼저 물놀이를 오자고 한 사람은 아버지였다. 방학 중인데다가 토요일인 오늘, 아버지는 아침에 뜬금없이 금강에 놀러가자고 하 셨다. “오늘 날씨가 아주 무덥다고 하는데, 아버지하고 금강에 수영하 러 갈까?” 아버지의 표정과 어투는 아주 부드러웠다. “오늘은 출근 안하셔요?” 아들은 의아해서 물었다. “어차피 토요일이니까 일찍 일 끝내고 점심 전에 올 테니 준비 하고 있겠니?” 주말이나 공휴일이나 할 것 없이 경찰서를 비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아버지가 함께 물놀이가자고 하니 아들은 뛸 듯이 기뻤다. 아버지는 수영선수처럼 수영을 잘하고 오랜 군사훈련으로 다져 진 멋진 몸매를 지니고 있었다. 아버지에게 수영을 배워서 나도 아버지처럼 멋지게 헤엄을 칠거야. 강 건너편까지도 거뜬하게 건 너는 모습을 보여드려야지. 아들은 마냥 신나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영 마땅찮은 것 같았다. “이 뙤약볕에 무슨 물놀이람... 오늘은 할 일도 많은데...” 의외로 어머니가 반겨하지 않자 아들도 어쩐지 가기 싫은 느낌 이 들었다. 그래도 얼마 만에 가보는 물놀이인가? 방학한 지도 몇 날이 흘 렀는데도 어디 멀리 놀러간 곳도 없고, 아버지와 이렇게 놀러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