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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전쟁은 끝났지만 279 1956년 2월 9일 관사에서 충주 흥업은행지점장 등 금융계 인사 와 충주지검 황검사, 충주 제중병원장, 충주중학교장, 충주와 청주 군수를 역임한 자, 충주의용소방대장과 함께 회식을 한다. 이 자 리에서 차일혁은 시조 한 수를 읊는다. 거문고에 술을 꽂아 놓고70) 거문고에 술을 꽂아 놓고 호젓이 낮잠 들예 시문건폐성(柴門犬吠聲)에 반가운 벗 오도가야 아히야 점심도 하려니와 외상 탁주 내어라 당시엔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 미만이던 어려운 시절이어서 공직자들의 부패가 횡행을 하였다. 그러나 차일혁은 직위를 이용 해 사적인 이득을 취한 적이 없었고 매우 청렴했다. 차일혁의 청 렴결백한 성격과 자신이 가진 것을 서슴없이 나누고 베푸는 행동 은 여러 사람들의 일치된 증언이다. 구두닦이 아이들과 그리고 지역주민들과 함께 한 행복한 충주 시절은 길지 않았다. 그는 일 년 반 만에 다시 진해경찰서장으로 영전하게 된다. 일제 때부터 군사적 요충지였던 진해는 충주보다 번화하고 규모가 큰 도시였다. 차일혁은 기쁜 마음으로 멀리 경상 남도 진해로 내려간다. 70) 지은이 김창업(1658~1721). 이 시조의 내용을 풀어보면 이렇다. “거문고에 술대를 꽂아놓고 호젓하게 낮잠을 자는데 사립문 밖에 개 짖는 소리가 나 서 일어나 보니 반가운 친구가 오는구나 얘야 술파는 아이야 점심도 하겠지만 우선 외상 막걸리부터 내오너라” 비록 가진 것은 없지만 자기를 찾아오는 친구에 대해 외상술이라도 사려는 인간미가 느낄수 있는 시조. 차일혁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