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page

살아있는 한국 경찰의 혼 차일혁 총경 일대기 268 족상잔이 아니겠습니까?” 한편, 이현상의 시신은 창경원에서 일반인들에게 전시된 후, 가 족에게 인계하기 위해 2연대 본부가 있던 화개장으로 돌아왔다. 이현상의 고향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이현상의 숙부는 인수를 거 부했다. 이현상은 다시 차일혁에게 돌아왔다. 그는 난감해하며 한 동안 시신의 처리에 고심했다. 그는 이현상에게 간소하게나마 장 례를 치러주고 싶었다. 3연대장 방득윤 총경은 백운산작전에서 경남도당 작전주임을 사살한 후 시체를 수습하여 정중하게 화장을 해 준 일이 있었다. 5연대장 정인주 총경도 차일혁에게 이현상의 시체를 정중히 화장 해 주자고 권유했다. “차 총경, 비록 공비의 괴수로서 국가를 혼란하게 했던 자였지 만 그래도 한판 승부를 겨루었던 상대가 아니오. 정중히 장례를 치러 주는 것이 적장(敵將)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소?” “옳습니다. 비록 공비의 괴수였지만 그도 이제 한 인간에 지나 지 않습니다. 공비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마지막 가는 길을 정 중히 예의를 갖추어줍시다.” 1953년 10월 8일. 차일혁은 2연대 본부 옆에 있는 섬진강 백사 장에서 이현상의 시신을 화장하였다. 만신창이가 된 그의 몸 위에 유품인 염주를 올려놓았다. 차일혁은 당시 칠불암이 소각된 후 부 대에 몸을 의탁하고 있는 스님을 불러 독경을 하게 했다. 이현상의 시체는 스님의 독경 소리와 함께 하얀 재로 변해갔다. 인적 없는 섬진강 백사장에 낭랑한 스님의 독경소리가 울려 퍼졌 다. 이따금 불어오는 강바람에 모래와 함께 하얀 재가 날렸다. 지 리산에 들어간 지 6년, 빨치산 총사령관 이현상은 이제 한줌의 재 가 되어 섬진강가에서 흩날리고 있었다. 차일혁은 자신의 철모를 벗어 타다 남은 이현상의 뼈를 모아 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