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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항일독립운동 23 학교는 퇴학당할 것이 뻔하고, 범법자가 되어 세상에 나가지도 못 하고, 평생 불목생활이나 해야 할까? 머리 깎고 중이나 되어볼 까?” 낮에는 정신없이 절집 부엌과 산을 오가며 나뭇짐을 지어 나 르던 차일혁은 밤이 되면 달려드는 상념에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장맛비가 하루 종일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차일혁은 여느 때와 같이 산을 한바퀴 돌고 암자로 돌아오는데, 한 오십 쯤 되어 보이는 부인이 산비탈에 위태롭게 쓰러져있는 것을 보았다. 그 부 인은 나무뿌리를 붙잡고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 고 있었으나 이미 기력을 소진하여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를 힘도 남아있지 않은지 차일혁을 보며 입술만 달싹였다. 차일혁은 비탈 을 내려가 부인의 손을 잡아채 들쳐 업고 무사히 산길까지 기어 올라왔다. 빗길에 발을 헛디뎌 하마터면 큰 사고를 당할 뻔할 부 인이 마침 그곳을 지나고 있던 차일혁의 도움으로 큰 위기를 모면 한 것이다. 5) 이 일을 계기로 차일혁은 부인을 따라 금강산을 내려와 서울로 가게 되고, 조카딸과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게 된다. 결혼 후 차일 혁은 처가의 권유로 중국 상해의 금융회사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중국에 건너갈 당시 차일혁은 열일곱의 나이였지만, 또래보다 체 격이 좋고 키가 커서 스무살 남짓은 되어 보였다. 드넓은 중국 대 륙의 바람이 거칠게 불어왔다. 전라도 고향, 경성에 남겨두고 온 아내, 낯선 중국대륙을 만나는 설렘 등이 점점 가까워지는 상해 포구의 불빛과 함께 떠올랐다. 5) 유족의 증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