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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아! 지리산, 그리고 이현상 261 사살하고 O3 5정을 노획하는 전과를 거두었다. 이현상 외 5명의 공비 시체와 노획 무기를 쌍계사에 설치된 연 대지휘부에 옮겨놓았다. 김 某와 김 某에 의하여 일차적으로 이현 상이 틀림없음을 확인했으나, 이현상과 지면이 있었던 본부 수색 대 양 某 외 여러 명의 재확인으로 이현상이 틀림없다고 판단이 내려졌을 때, 차일혁은 허탈감에 사로잡혔다. “지금 내 앞에 누워있는 이 자가 바로 이현상이란 말인가?” 차일혁이 사령부 전방지휘소에 오늘의 전과와 이현상 사살 소 식을 종합 보고하였을 때, 사령관은 서울에 출장 중이었고, 전방 지휘소장으로 있던 김 작전과장은 너무나 충격이 컸는지 계속하 여 몇 번이고 틀림없는 이현상인가를 되물었다. 그동안 많은 군경들이 지리산에서 희생당했고, 지리산 골짜기마 다 그를 잡기 위해 이 잡듯 샅샅이 뒤졌으나 신출귀몰하게 작전을 펴며 군경을 비웃던 이현상, 그의 시체를 보자 감개무량했다. 이현상의 시체는 중늙은이의 모습이었다. 줄이 선 미제 군복바 지와 군용 농구화의 깨끗한 차림의 외양으로 보아 고급 간부인 것 이 분명했다. 군복 안에는 일기와 한시가 적힌 수첩과 가래64) 가 있었고, 주머니에서 미제 손칼, 손톱깎이, 나침반, 군용수건, 연필 과 염주가 나왔다. 그리고 허리춤 깊숙이 호신용으로 실탄이 들어 있지 않은 매우 작은 소제 권총이 들어 있었다. 남한 빨치산의 총수였던 이현상이 손의 동상을 예방하기 위해 가래를 지닌 것은 이해가 되지만, 염주를 지니고 있었다는 것은 차일혁으로서는 의외였다. 자신을 위장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불교 신자였던 차일혁을 상념에 빠지게 했다. 5년이 넘게 빨치산으로 이산 저산을 누비며 신출귀몰하다는 소 64) 가래나무의 열매, 호두와 비슷하나 먹지 못함.